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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거 출신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에 크로아티아 국가대표로 참가한 미슬라브 오르시치(K리그 등록명으로는 오르샤)가 스포츠서울과 서면인터뷰에 응한 뒤 ‘엄지 척’ 포즈를 하고 있다. 제공 | 오르샤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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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시치(왼쪽)가 지난 23일 모로코와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루카 모드리치(가운데) 보르나 소사와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훗날 한국으로 돌아갈 일이 생길지 누가 알겠느냐.”

K리그에서 성장한 크로아티아 국가대표 미슬라브 오르시치(30·디나모 자그레브)는 자기를 기억해주는 한국 팬에게 고마워하며 말했다.

K리그 시절 ‘오르샤’라는 등록명으로 활약한 오르시치는 27일 스포츠서울과 서면으로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크로아티아 A대표팀에 합류해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를 밟기까지 소회를 밝혔다. 또 K리그에 대한 그리움도 언급했다.

만 17세였던 지난 2009년 자국 클럽 인테르 자프레시치에서 프로로 데뷔한 오르시치는 2015년 전남 드래곤즈 유니폼을 입으면서 낯선 아시아, K리그 무대를 밟았다. 2016년 하반기 잠시 중국 무대로 옮겼지만 이듬해 다시 울산 현대에 입단하며 K리그 커리어를 이어갔다. 2017년 그는 울산에 리그 38경기를 뛰며 10골3도움으로 맹활약했고, 그해 팀에 사상 첫 FA컵 우승 트로피도 안겼다. 이듬해 상반기까지 팀의 주력 요원으로 뛰었는데, 오르시치의 성장세를 바라본 자국 명문 디나모 자그레브가 ‘깜짝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K리그 통산 101경기 28골 15도움 성적을 냈다.

유럽클럽대항전에 출전하는 디나모 자그레브 유니폼을 입은 오르시치는 매 시즌 성장을 거듭했다. 2020~2021시즌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에서는 손흥민의 토트넘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도 했다. 늦은 나이에 제 가치를 높인 오르시치는 기어코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서는 크로아티아 대표팀 26인에 이름을 올렸다. 또 지난 23일 모로코와 조별리그 F조 1차전에 교체 투입돼 데뷔전까지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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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에이전트를 통해 오르시치와 서면 인터뷰했다. 특히 그는 카타르 도하를 방문 중인 울산 현대 관계자와도 만나 K리그 추억을 더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팬이 나를 그리워하는 건 반가운 일”이라고 언급한 오르시치는 “울산이 2022시즌 우승한 것도 알고 있다. 과거 K리그로 이적한 건 커리어에서 큰 도약이 됐다. 당시 난 매우 어렸고 지금처럼 큰 클럽에서 활약하지 않았기에 커다란 도전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수비적인 부분 등을 잘 배웠고, 향후 유럽에서 내 강점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오르시치는 실제 K리그를 도약 발판 삼아 디나모 자그레브로 ‘점프’한 뒤 2019년 A대표팀까지 승선했다. 3년 만에 월드컵 무대까지 올 줄 몰랐다. 그는 “월드컵에서 뛰는 건 모든 선수의 꿈일 것이다. 과거엔 상상도 못 할 일이었으나 난 결국 꿈을 이뤘다. 아주 긴 여정이었다. 행복하다”고 했다. 대표팀에서 가장 친한 선수로는 소속팀 동료인 골키퍼 도미니크 리바코비치를 꼽았다. 자국 최고 명문 팀답게 이번 대표팀엔 디나모 자그레브 선수만 4명이 포함됐다.

오르시치는 “크로아티아는 다른 팀처럼 조별리그를 통과를 우선 목표로 둔다. 매 경기 득점하면서 조별리그를 넘어선 뒤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할 것”이라며 4년 전 러시아 대회 준우승 신화를 넘는 역사를 기대했다.

K리그에서 한 번 더 뛰기를 바라는 국내 팬 목소리에도 화답했다. 그는 “내가 (K리그로 돌아가는 게) 가능한 상황에 놓인다면 왜 복귀하지 않겠느냐. 심지어 아내도 한국에서 좋은 시간을 보낸 것에 자주 얘기한다. 훗날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갈 일이 생길지 누가 알겠느냐”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월드컵에 나선 한국 경기도 지켜봤다고 한다. 가장 인상적인 선수를 묻자 같은 2선 지역에서 활약하는 미드필더 황인범을 꼽았다. 황인범은 지난 24일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예리한 패스와 경기 조율로 한국이 추구하는 후방 빌드업을 90분 내내 유지하는 데 버팀목이 됐다. 오르시치는 “6번 황인범이 눈에 띄더라. 올림피아코스에 활약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그가 K리그에 있을 때 대전에서 뛴 것도 들었다”며 ‘지한파’다운 면모를 보였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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