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경호 성남FC 감독대행.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악전고투. 정경호(42) 성남FC 감독대행은 최선을 다했다.

성남은 22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최종전에서 4-4로 비겼다. 8골을 주고받는 난타전으로 1부리그에서 보내는 마지막 경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승리하진 못했지만 성남의 집념과 투지가 빛났다. 성남은 전반에만 2골을 허용하며 패색이 짙었다. 후반 8분에도 한 골을 더 내주며 3골 차로 뒤졌다. 그러나 팔라시오스와 권완규, 그리고 다시 팔라시오스가 골을 터뜨리며 3-3을 만들었다. 후반 32분 이근호에게 실점한 후 2분 만에 뮬리치가 다시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결국 성남은 소중한 승점 1을 추가하며 30점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말 그대로 ‘유종의 미’였다.

성남은 강등됐지만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정 대행의 리더십은 축구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정 대행 부임 직후 성남은 수원FC, 울산 현대를 상대로 2연승을 내달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에는 힘이 떨어져 강등이 확정됐지만, 끝까지 포기는 없었다. 자칫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성남은 오히려 힘을 냈다. 37라운드에서 FC서울을 사냥하며 강등권 판을 흔들었고 최종전에서는 ‘미친 명승부’를 연출했다. 강등에도 성남 팬은 야유가 아닌 박수를 보냈다.

성남, 그리고 정 대행이 비판 대신 격려를 받은 근거는 명확하다. 시즌 중반까지의 허탈함과 무기력을 버리고 팀다운 팀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정 대행이 사령탑에 오른 후 성남은 11경기에서 3승3무5패를 기록하며 12점을 획득했다. 전임 사령탑 체제에서 치른 27경기에서 18점을 얻은 것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였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성남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정 대행이 팀을 이끌었다면 성남의 운명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정 대행에게는 버거운 미션이었다. 이미 강등이 유력한 상황에서 정 대행은 등 떠밀리듯이 지휘봉을 잡았다. 성적은 바닥에 있었고, 외부 요인으로 인해 선수들은 크게 동요했다. 정 대행은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정비하고 특유의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응집시켰다. 철저한 규율과 선수에게 믿음을 주는 카리스마가 반등의 원동력이었다. 전술적으로도 확실한 색깔을 보여줬다. 한정적이면서 상대적으로 빈약한 스쿼드에도 조직적인 압박이라는 뚜렷한 전술로 3승이나 수확했다. 첫 경험이라 부족함도 있었지만 비교적 능숙하게 감독 일을 해내는 모습이었다. 감독대행이 되기 전부터 축구계에 알려진 ‘숨은 실력자’라는 수식어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최근 축구계 고위 관계자들은 모처럼 프로축구 무대에 등장한 젊은 리더인 정 대행을 주목하고 있다. 나이에 비해 풍부한 경험과 이번에 보여준 리더십 덕분이다. 1980년대생 대표 주자로 P급 라이선스를 보유한 몇 안 되는 즉시전력감이라는 평가다. 당장 성남도 구단도 수습을 잘한 공을 높이 평가해 정 대행을 성남시 측에 차기 사령탑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 결정, 정치적인 역학관계 등으로 인해 가능성은 미지수이지만 내부에서는 최상의 카드로 보고 있다. 성남뿐 아니라 새 사령탑 선임이 필요한 일부 구단도 정 대행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식 감독이 될지, 아니면 또 다시 코치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정 대행이 차세대 지도자로 부상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