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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제가 이런 부탁을 좀처럼 드리지 않는데 이틀 전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어머니가 특별히 좋아했던 노래니, 함께 크게 불러 달라.”

처음이다. 무대 위에서 관객에게 개인적인 부탁을 한 것도, 그리고 눈물을 쏟아낸 것도.

밴드 넬의 리더 김종완이 모친상 이틀 뒤인 지난 2일 부산삼락생태공원에서 열리는 ‘2022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하 부산록페)무대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넬의 메가 히트곡 ‘기억을 걷는 시간’을 부르기에 앞서 현장에 모인 관객들에게 “어머니가 이 곡을 굉장히 좋아하셨다. (여러분이) 이 노래를 크게 같이 불러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2008년 넬 4집에 수록된 ‘기억을 걷는 시간’은 발표한지 14년이 된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으며 넬의 이름을 널리 알린 곡이다. 넬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모이는 페스티벌에서는 이 곡을 꼭 부르곤 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한 김종완은 감정이 북받치는 듯 왈칵 눈물을 흘렸다. 유튜브에는 그가 관객에게 후렴구를 맡긴 채 돌아서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게시되기도 했다.

김종완은 지난 달 29일 갑작스럽게 모친상을 당한 사실이 스포츠서울 단독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그는 발인 이틀 뒤인 2일 어렵게 부산록페 무대에 섰지만 주최 측은 미숙한 운영으로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넬 멤버들은 예정된 리허설을 하지 못해 사전에 준비한 인트로 무대 없이 공연을 시작했다. 두 번째 곡인 ‘드림캐처’를 부를 때는 갑자기 음향설비의 전원이 나가 마이크까지 꺼지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 덕분에 넬의 공연이 20분간 중단됐고 이어진 혼네, 크라잉넛 등의 무대도 줄줄이 지연사태를 빚었다.

결국 김종완은 ‘기억을 걷는 시간’을 마친 뒤 마지막 곡인 ‘오션오브라이트’를 부르기 직전 “이렇게 멋진 관객 분들을 모셨기 때문에 (주최 측의)운영도 미숙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저희가 계속 기다리다 리허설을 못했다. 준비한 인트로와 공연을 제대로 못 보여드린 거 같아서 굉장히 수치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아무래도 무대 위에서 하는 말이 더 무게감이 있을 것 같다”고 강조하며 “이렇게 멋진 관객을 둔 페스티벌인 만큼 크기도 중요하지만, 세심한 것들에 더 신경을 써서 10년, 20년 후에 더 멋진 페스티벌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김종완과 넬은 8일 충남 세종시 세종중앙공원에서 개최되는 ‘2022 세종보헤미안록페스티벌’, 15일에 경인아라뱃길 아라마라니에서 열리는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2022’ 등 10월 예정된 일정을 소화할 방침이다.

소속사 스페이스보헤미안 관계자는 스포츠서울에 “행사를 위해 장시간 준비한 주최 측, 그리고 이미 티켓을 구매한 팬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연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는 김종완 자신의 의지기도 하다”고 전했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스포츠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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