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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 감독. 사진제공 | 헐크 파운데이션

[스포츠서울] 9월 25일 라오스에서 야구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라오스 야구를 이끌어 가고 있는 제인내 대표로부터 너무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다. 라오스 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라오스인 유급 코치가 탄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2016년 16살에 라오제이브라더스 센터에 입소해 지금까지 라오스 야구 역사를 거의 처음부터 겪어 온 몇 안 되는 선수인 비 코치다. 비 코치는 라오스에서 본인이 야구선수의 꿈을 처음 키웠던, 그때와 같은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 갈 첫 라오스인 야구 코치가 됐다.

10월부터 라오스 최초의 정식 코치로 임명을 받아 야구 코치로 새로운 삶을 이어가게 된다고 한다. 넉넉한 월급과 풍족한 생활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라오스 최초의 유급 코치라는 명예와 라오스 야구의 미래를 이끌어 간다는 점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나는 그가 이 일을 사명으로 생각하며 끝까지 라오스 야구를 위해 헌신해 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지금의 영광된 일들이 있기까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감회가 참 새롭다. 2014년 11월, 라오스에 처음 도착했을 때가 벌써 9년이 다 됐다. 2014년 SK 감독직에서 물러나 라오스에서 야구 전파를 시작하면서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과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 우선 한국의 지도자를 통해 라오스에서 야구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들로부터 야구를 배운 라오스 야구선수들이 성장해서 라오스 야구를 이끌어갈 우수한 코치가 되는 것. 그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그래야만 미래에 라오스 야구가 자립하고 더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꿈은 이루어진다. 막연한 꿈들이 하나하나 현실이 되는 기적을 보게 되다니 너무 행복하기만 하다. 물론 앞으로 유능한 코치가 되기 위해서는 비 코치 스스로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한국에서 6개월~1년 정도 코치연수 등의 야구 코치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 된다면 금상에 첨화일 것이다.

라오스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최빈국에 속한다. 야구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야구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래서 젊은 선수들은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자신과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야구를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야구를 통해 소위 밥벌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인내 대표와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지켜보며 젊은 선수들이 야구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머리 맞대어 고민하고 있다.

라오스 수도인 비엔티엔에 최근 새로 야구팀을 창단하는 학교가 4곳이나 된다. 라오제이브라더스 소속 선수들이 직접 학교를 찾아가 야구를 전파하고 창단을 돕고 있다. 9년 동안 라오스 야구는 이처럼 놀랍게 발전했다. 새로 야구팀을 창단하는 학교에 비 코치를 비롯해 젊은 야구 선수들이 찾아가 야구를 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벅차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지금의 이러한 행보를 통해 라오스 야구는 더 많이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의 시스템을 통해 라오스 야구는 제2, 제3의 비 코치가 탄생하게 될 것이며, 야구를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야구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다.

베트남에서도 라오스와 같이 야구가 발전하여 많은 학교에 야구팀이 창단되고, 베트남 야구 코치들이 활약하는 그 날들을 꿈꿔 본다. 문득 얼마 전 보았던 명언이 떠오른다.

“If you can dream it, you can do it. (꿈꿀 수 있다면, 그 꿈을 이룰 수도 있다)”

지금껏 꿈을 버리지 않았다. 꿈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오늘도 나는 동남아시아 야구를 위해 달려간다.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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