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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단언컨대 영화 ‘늑대사냥’은 올 하반기 영화계 최대 문제작 중 하나다.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는 한국 상업영화에서 보기 드문 잔혹하고 폭력적인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국내 관객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나뉘었지만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초청을 받으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감독 자신도 할리우드 대형 에이전시 WME(William Morris Endeavor)와 계약하며 해외 진출에 대한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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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낳은 산물...현실이 영화보다 더 다이내믹

왜 이렇게까지 스크린을 핏빛으로 물들였을까. 김홍선 감독은 “팬데믹으로 인한 OTT시장의 성장이 낳은 산물”이라고 답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영화산업이 침체된 사이 OTT시장이 성장하며 관객들이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게 됐다. 이제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필수라는 확신이 들었다. 2000년대 초반, 봉준호, 최동훈, 장준환 감독님이 막 데뷔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 열린 기획에 도전하고 싶었다.”

영화는 정확하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막장 범죄자들의 잔혹한 사지절단쇼가 앞부분이라면 후반부에는 초월적 존재 ‘알파’가 이들을 해결함과 동시에 폭력의 역사를 되짚는다.

“보통 동남아로 도망간 범죄자들의 90%이상이 검거되지 않고 그들 대다수가 흉악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인간성 상실의 시대,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그린다면 관객 역시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라 여겼다. 여기에 신문에 보도된 아픈 역사적 사건을 배치했다. ‘국뽕’ 마케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그 시절을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환기시키고 싶었다.”

김 감독은 영화의 장치인 가학성보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인간성 상실’이라는 주제를 주목해달라고 했다.

“현실이 영화보다 더 다이내믹하지 않나. 전작 ‘변신’, ‘기술자들’ 역시 인간성 상실이라는 주제를 되짚고 싶었다. 영화를 통해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영화가 워낙 극적인 수위를 자랑하다보니 감독 자신의 ‘인간성’에 문제 있냐는 질문도 종종 듣곤 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텍사스 전기톱살인사건’이나 ‘13일의 금요일’ 같은 영화는 레퍼런스로 참고조차 하지 않았다. (웃음)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세렌디피티’다.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를 좋아한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진한 멜로물을 연출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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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한 서인국, 대성할 장동윤, 고생한 최귀화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서인국이다. 그간 청춘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활동했던 그는 이 작품을 통해 180도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드라마 ‘38사 기동대’를 통해 서인국을 처음 만났다. 사석에서 만나면 눈에 섹시함이 넘치는 배우다. 그가 가진 매력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덴젤 워싱턴이 안톤 후쿠아 감독의 영화를 통해 흑인배우로는 두 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처럼 서인국의 이미지를 끄집어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 장동윤, 최귀화에 대해서도 고마운 마음이 컸다. 김감독은 “서인국이 이미 완성형 배우라면 장동윤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배우”라며 “과거 운 좋게 김우빈의 신인시절을 함께 했는데 장동윤도 우빈이 못지 않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 후반부에 맹활약한 알파 역의 최귀화에 대해서는 “가장 고생을 많이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감독은 “최귀화가 알파역을 너무 하고 싶어했다. 매 촬영 때마다 4~5시간 걸리는 대대적인 분장을 마다하지 않았다”며 “다만 ‘알파’ 이후로 다시는 눈을 가리는 역할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배우도, 바라보는 연출자도 힘들다. 사고의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늑대사냥’이 캐나다 토론토 영화제에 초청받은 것을 계기로 김 감독도 WME와 계약하는 성과를 거뒀다. WME는 쿠엔틴 타란티노와 리들리 스콧을 비롯, 봉준호·박찬욱 감독과 이병헌 등과 에이전시 계약을 거둔 바 있다.

김감독은 “WME에 소속된 외국배우들을 작품에 기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선은 ‘늑대사냥’이 잘돼 프리퀄, 시퀄까지 제작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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