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류지현 감독 \'몸부터 풀어보자\'
LG 류지현 감독이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경기 전 상대 덕아웃 쪽을 바라보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대전=윤세호기자] “코칭스태프에서도 그런 얘기는 없었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안 했다.”

단호했다. 시즌 초반 누가봐도 절정의 컨디션을 뽐내는 중간투수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음에도 선발 로테이션을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불펜데이로 불안했던 토종 선발 약점을 극복하는 시나리오를 쓸 법도 한데 사령탑과 코칭스태프는 더 먼 곳을 바라봤다. 한 시즌 운명이 결정되는 9월 레이스에서 여전히 연료를 가득 채운 채 절정의 구위를 뽐내는 LG 불펜진 얘기다.

막 시즌에 돌입한 4월과 큰 차이가 없다. 몇몇 투수들은 오히려 4월보다 9월에 더 빠른 공을 던진다. LG 마무리투수 고우석은 9월 들어 두 차례나 평균 구속 156㎞대를 찍었다. 올시즌 속구 평균 구속이 153.5㎞(스탯티즈 참조)인 고우석은 9월 1일 수원 KT전에서 156.3㎞, 23일 잠실 롯데전에서 156.5㎞를 기록했다. 세이브 부문 1위를 사실상 확정지었고 지난 27일 대전 한화전에서 시즌 40세이브 고지에 올랐다. KBO리그 역사상 네 명 밖에 없는 40세이브 클럽에 다섯 번째로 가입한 고우석이다.

홀드왕을 눈앞에 둔 정우영도 그렇다. 시즌에 앞서 목표로 삼은 투심 평균 구속 148㎞ 이상을 151.5㎞로 초과 달성하고 있다. 시즌 중반 타자들의 대처법이 달라지고 제구에도 애를 먹었으나 9월 들어 막강했던 4, 5월의 모습을 회복했다. 고우석, 정우영 외에 이정용, 김진성, 그리고 LG 불펜 운영의 핵심인 왼손투수 4인방 진해수, 김대유, 최성훈, 이우찬도 그렇다. 무더위에 시달렸던 한 여름에 고전했던 투수는 있어도 시즌 막바지 페이스를 잃고 흔들리는 투수는 없다.

[포토]LG 진해수, 리드를 지켜야 해!
LG 진해수.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그냥 나온 결과가 아니다. 그만큼 철저히 관리했다. 팀 불펜 평균자책점 3.34로 이 부문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중간투수 이닝 부문 10위 내에 LG 투수는 전무하다. 고우석이 58이닝으로 LG 중간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해 14위, 이정용이 56.2이닝으로 17위다. 구원 투수 총합 507.2이닝으로 한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불펜진이 책임지고 있으나 투수 전원이 절묘하게 이닝을 나눠 소화한다.

[포토]LG 고우석, 삼성전 1이닝 무실점 시즌 30 세이브
LG 고우석이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삼성과의 경기 9회초에 등판해 승리를 지켜낸 뒤 포수 유강남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고우석은 1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30 세이브를 기록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강한 LG 불펜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가을야구에 재진입한 2019년부터 LG는 불펜에 젊은피를 수혈하면서 리그 정상급 뒷문을 구축했다. 그래서 불펜데이를 펼치기에 가장 용이한 팀으로 꼽혔다. 하지만 류지현 감독은 늘 불펜데이 가능성을 일축했다. 손주영이 팔꿈치 수술 진단을 받고 김윤식이 아직 자신 만의 루틴을 확립하지 못한 4월. 류 감독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불펜데이는 없을 것을 선언했다.

그리고 페넌트레이스 결승점까지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류 감독의 뚝심은 빛을 내고 있다. 류 감독은 ‘혹시 코칭스태프에서 불펜데이 얘기가 나온 적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코칭스태프에서도 그런 얘기는 없었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안 했다”고 답했다.

이어 류 감독은 “좋은 부분에 변화를 주기보다는 유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만일 그 때 선발 비중을 줄이고 불펜 비중을 늘렸으면 지금처럼 중간 투수들이 활약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때 선발진을 유지했기 때문에 젊은 선발투수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라이벌전 지휘하는 류지현 감독[포토]
LG 류지현 감독이 지난 1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KBO리그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곽빈의 투구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LG는 9월 들어 불처럼 뜨거웠던 타선이 식었지만 마운드의 힘으로 9월 최고 승률(0.650: 13승 7패 1무)을 유지하고 있다. 27일 기준 2위 확정 매직넘버 ‘2’로 플레이오프 직행이 눈앞이다. 9월 불펜 평균자책점 1.96의 철벽 방패가 지난 2년과 다른 정규시즌 마무리를 예고한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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