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수베로 감독 \'이제 동점이야\'
한화 수베로 감독이 두산과 경기 5회초 1사2,3루 정은원 중전안타 때 득점을 올린 유상빈, 허인서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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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한화는 일찌감치 최하위를 확정했다. 선두 SSG가 따낸 승리(86승)보다 한화의 패(96패·이상 27일 현재)가 훨씬 많다. 승률 0.326로는 답이 없다. 2020년부터 3연속시즌 3할대 승률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한화의 전력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내년에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시속 158㎞까지 뿌리는 문동주(19), 비공인 160㎞의 사나이 김서현(18) 등 출중한 기량을 가진 신인을 뽑았지만, 공수주와 벤치워크는 중하위권이라는 게 냉정한 평가다. 퓨처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가 많지만, 2군 타격왕, 다승왕이 1군에서도 같은 기량을 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오판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

\'민우 형! 오늘은 내가 지켜줄게\' 문동주[포토]
한화 문동주가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프로야구 SSG랜더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에서 등판을 준비중인 김민우를 지켜주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사령탑은 애가 탄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일찌감치 순위경쟁에서 탈락해 정규시즌 막판을 사실상 마무리 훈련의 연장선으로 치르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시즌 마지막까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물고늘어지는 게 우리팀 색깔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위경쟁에서는 일찌감치 탈락했지만, 오히려 순위 부담을 내려놓고 각자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으로 다음 시즌 희망을 보겠다는 얘기다.

지난해 취임해 2군급 선수들로 정규시즌을 치러 2연속시즌 최하위 오명을 썼지만 “선수뿐만 아니라 팀도 성장하는 시간이 됐다. 시즌 마무리를 자신감있는 상태로 하면, 마무리캠프부터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로 이어지는 시간 동안 팀을 재정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단을 이끄는 수장 입장에서 “내년에도 딱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선수들의 성장세가 너무 더디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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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서현이 구단과 입단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수베로 감독은 “팀이 성장 중이어서 외부 보강으로 전력을 업그레이드하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강이 필요한 부분을 콕집어 하나만 말해달라고 하자 “감독의 일방적인 의견보다는 구단 전문가들이 모여 소통하는 게 더 중요하다. KBO리그와 한화 팀을 더 잘 아는 쪽은 구단에 있는 전문가들”이라고 말했다. 옅은 미소가 드리웠지만 아쉬움 가득한 표정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선수 보강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을 한 듯한 표정이었다.

굳이 프런트를 ‘전문가’로 칭한 함의가 있는 듯하다. 감독직 제안을 받았을 때도 한화는 이미 ‘성적보다 성장’을 외쳤던 터다. 3할대 초반의 처참한 승률에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시즌을 마무리한 게 벌써 4년째. ‘죽이되든 밥이되든 리빌딩을 결정했으면 끝까지 해봐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지만, 지는 데 익숙한 팀은 성장에 한계가 있다.

김\'1라운드 1순위 김서현은 없지만\'[포토]
한화 정민철 단장과 스타우트팀이 지명한 새내기들과 드래프트가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는 1라운드 1순위로 김서현을 지명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수베로 감독의 기대처럼, 이제는 ‘전문가들의 시간’이다. 이미 몇몇 팀은 프리에이전트(FA) 영입을 위한 물밑작업을 시작했고, 이런저런 얘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한화도 돈을 쓸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지만, 보강할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대대적인 리빌딩이 팀을 발전시킨다는 확신이 있다면 모를까. 베테랑을 숙청하고 무(無)로 돌아간 한화의 선택은 실패다.

연전연패에도 환한 미소로 경기를 치르는 천진난만함이 한화의 현실을 대변한다. “투정부리고 싶지 않다”는 수베로의 말속에 ‘전문가들’이 새겨야 할 뼈가 들어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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