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_날짜 공개 포스터

[스포츠서울|조은별기자]한국 진출 이후 유례없는 흉작을 거뒀던 넷플릭스가 추석 연휴 공개되는 ‘수리남’으로 ‘오징어게임’의 영광을 재현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9일 공개되는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배경으로 마약 판매상 누명을 쓴 홍어 수입업자가 마약 대부를 잡기 위해 국정원 비밀 작전에 합류하는 이야기다.

드라마는 실제 수리남에서 마약밀매조직을 만든 한국인 마약왕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공작’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등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남자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윤종빈 감독 특유의 선 굵은 느와르물을 선호하는 시청자라면 추석 명절을 ‘순삭’(순간삭제의 줄임말)할 수 있는 콘텐츠다. 반면 감독의 기존 작품들이 떠오르는 기시감은 작품의 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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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왕이 된 개척교회 목사 VS K가장 홍어업자...수컷 내음 물씬

‘수리남’은 윤 감독의 장기인 남성미 물씬 넘치는 ‘수컷드라마’다.

작품 속 여배우는 하정우가 연기하는 강인구의 처 혜진(추자현 분) 뿐이다. 그마저도 평범한 386세대 K가장인 인구가 왜 수리남에 가고, 마약왕 전요환(황정민 분)을 만나게 됐는지 설명하는 배경, 혹은 전화 통화로만 출연할 뿐이다.

그만큼 드라마는 가족과 돈과 권력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수컷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가진 것은 몸뚱이와 비교적 영민한 머리, 그리고 가족을 위한 책임감뿐인 인구는 카센터와 단란주점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중 수리남에서 버려지는 홍어를 염가에 수입하자는 친구 응수(현봉식 분)의 이야기에 솔깃해 한다.

결국 그는 사업체를 처분한 5억원을 들고 응수와 함께 수리남에 정착해 ‘기러기아빠’로 생활한다. 인구는 현지 군인과 중국 조직폭력배들에게 고초를 당하면서도 기지를 발휘, 이들을 매수한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의 사업은 한국행 홍어박스에서 코카인이 발견돼 산산조각이 난다.

인구는 이 모든 배경에 현지 개척교회목사로 신분을 위장한 전요환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한국에서 사기잡범이던 전요환은 수리남에서 마약왕으로 성장, 현지 최고권력자까지 포섭한 인물이다. 인구는 국정원 직원 최창호(박해수 분)와 함께 전요환 잡기에 나선다.

드라마는 모든 것을 다 잃은 인구와 모든 것을 다 가진 요환의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가 주된 스토리다. 하지만 그 사이 사이 가족을 위한 가장의 책임, 국가를 위한 공무원의 헌신, 조직을 위한 조직원의 충성, 그리고 돈과 권력을 잡기 위한 탐욕과 배신이 6부에 걸쳐 고루 새겨졌다.

볼거리도 풍성하다. 도미니카 공화국과 제주에서 촬영한 배경은 흡사 수리남 현지같은 느낌을 안긴다. 각종 전투기, 헬기를 동원한 거대한 스케일의 액션 신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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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이자 단점...윤종빈X하정우X황정민

다만 윤 감독의 기존 작품을 좋아했던 시청자라면 그의 전작에서 받았던 기시감을 고스란히 느낄지 모른다.

‘K가장의 책임감’은 윤 감독이 ‘범죄와의 전쟁’과 ‘공작’에서 꾸준히 내세운 주제다. 강자 앞에서 웃고 약자 앞에서 서늘한 본모습을 보이는 가짜 목사 전요환의 이중적인 모습은 영화 ‘아수라’의 안남시장 박성배와’ 영화 ‘곡성’의 무당 일광을 연상케 한다.

감독의 첫 드라마인 만큼 내용이 다소 늘어지는 것도 단점이다. 무릇 드라마라면 각 에피소드 마지막회에 집중해 다음 회를 기대하게 해야 하는데 ‘초보 드라마 연출자’인 윤 감독이 이 지점을 놓친 게 아쉽다.

무엇보다 올 상반기 ‘종이의 집’부터 ‘카터’, ‘모범가족’, ‘서울대작전’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재미를 보지 못했던 넷플릭스의 높은 기대치를 ‘수리남’이 온전히 다 채울지도 관심사다. 넷플릭스는 ‘수리남’에 ‘오징어게임’의 250억원보다 많은 35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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