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키움 이정후, 시즌 16호 홈런으로 998 안타
키움 이정후.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일반적으로 홈런에는 삼진이라는 ‘세금’이 붙는다. 큰 것을 노리기에 스윙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정확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변화구에 속는 경우도 잦다. 홈런왕이 삼진 1위를 함께 차지하는 케이스가 제법 자주 나오는 이유다. 2022년 이 흐름을 거스르는 선수가 있다. 삼진이 줄었는데 홈런이 폭증했다. 이런 남는 장사가 또 없다. 키움 이정후(24)가 주인공이다.

이정후는 올 시즌 104경기에서 타율 0.338, 19홈런 82타점 57득점, 출루율 0.417, 장타율 0.571, OPS 0.988을 기록중이다. 타율 2위, 홈런 공동 3위, 타점 2위, 최다안타 1위, 출루율 1위, 장타율 2위다. 타격 8개 부문 가운데 6개 부문에서 톱3에 든다. MVP 페이스다.

또한 현재 리그 전체에서 특급타자의 상징인 타율 3할-출루율 4할-장타율 5할의 ‘3-4-5’를 만들고 있는 딱 3명 가운데 하나다. 이정후 외에 삼성 호세 피렐라(0.339-0.415-0.549), KIA 나성범(0.325-0.409-0.533)이 있다. 정확하게 때리고, 베이스에 잘 나가고, 멀리 친다.

눈에 띄는 부분이 또 있다. 삼진이다.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나는 것처럼 허무한 것은 없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아웃카운트만 하나 늘려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정후는 규정타석을 채운 48명의 타자 가운데 삼진이 가장 적다. 단 25개다. 리그에서 가장 삼진을 당하지 않는 타자다. 최소 삼진 2위 허경민이 27개지만, 이정후는 허경민보다 22경기-117타석이나 더 치렀다. 참고로 이정후는 총 458타석으로 리그 5위다.

삼진의 양극단에 있는 것이 홈런이라 할 수 있다. 이정후는 이 홈런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벌써 19개다. 자신의 커리어 하이인 2020년 15개를 훌쩍 넘어섰다. 팀이 38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 데뷔 첫 20홈런 돌파는 시간문제다. 최종 몇 개일지가 관심사다.

지난 2017년 데뷔 후 5년간 이정후는 딱 한 번 두 자릿수 홈런을 쳤다. 2017년 2개, 2018~2019년 각각 6개씩 때렸고, 2020년 15개를 날렸다. 2021년 다시 7개로 줄었는데 올 시즌 20개가 보인다. “장타에 눈을 떴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삼진과 홈런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정후는 올 시즌 타석당 삼진 비율이 5.5%로 커리어 하이다. 가장 좋았던 2019년 6.4%보다 1% 가까이 낮다. 홈런 비율은 4.15%. 가장 좋았던 2020년 2.43%의 두 배 수준이다.

예를 들어 올 시즌 박병호는 홈런 32개로 독보적인 1위다. 동시에 삼진도 112개로 1위다. 그만큼 ‘세금’을 많이 내고 있다는 의미다. 세금은 당연히 적게 내는 것이 좋다. 삼진이 적으면서 홈런이 많으면 최상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쉬울 리 없다. 이정후가 하고 있다. 천재가 또 진화했다. 2022년 팬들은 KBO리그 40년 역사상 가장 완벽한 타자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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