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내기 볼넷 허용하는 KIA
KIA 한승혁(오른쪽)이 지난 7일 광주 두산전에서 9회초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위기다. 4개월째 반복이다. 반등한 5월을 제외해도 3개월간 위기의 연속이다. 이번엔 그 강도가 더 세다.

KIA가 5위 수성의 중대고비를 맞이했다. 16일부터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치르는 SSG와 2연전을 시작으로 NC KT 키움 LG 두산을 차례로 만난다. 이들 여섯 팀과 26승1무39패로 승패마진 마이너스 13이다. 후반기만 놓고보면 이들 여섯 팀 중 KIA(0.421)보다 낮은 승률을 기록한 팀은 키움(0.389)뿐이다. 기세와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KIA가 남는장사를 할 확률은 낮다.

수도권 6연전이 포함돼 있어 이동 부담은 그나마 덜었다.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투타 밸런스가 썩 좋지 않다. 지표성적으로는 설명이 안될만큼 경기력이 떨어졌다. KIA는 15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4위(3.86) 팀타율 1위(0.305·이상 후반기 기준)다. 타선이 폭발하면 대량득점하지만 꼬이기 시작하면 득점력이 크게 떨어진다. 후반기 19경기에서 잔루 172개를 남긴 점이 KIA의 현실을 대변한다.

[포토]투지 넘치는 KIA 박동원, 잡아야 해!
KIA 포수 박동원이 9회말 번트 타구를 잡기 위해 몸을 던지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KIA의 대량 잔루는 올시즌 내 이어졌다. 102경기에서 828개(2위)다. 경기당 평균 8개꼴이다. 팀 타율 2위(0.272)에 최다안타 1위(964개) 볼넷 3위(393개)에 올랐으니 잔루가 많은 게 당연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숫자로 드러나는 기록이 좋으니 ‘잘하고 있다’고 착각할 여러 요건을 갖춘 셈이다.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상대성이 크게 작용한다. 승패를 가르는 열쇠는 팽팽한 흐름의 추를 어떻게 끌어 오느냐다. 상대가 틈을 보이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은 어떤 팀이든 할 수 있다. 틈이 보이지 않을 때 허를 찌르는 움직임으로 만들어내는 팀이 강팀이다. 기습번트나, 감탄을 불러내는 호수비, 탄성을 자아내는 상황판단 등도 틈을 벌어지게 만드는 요소다. 벤치의 용병술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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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황대인이 지난달 17일 사직 롯데전에서 강습타구를 잡기 위해 점프하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그런데 KIA의 경기를 보면 흘러가는대로 끌려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가령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에 뚜렷한 약점을 가진 타자는, 해당 코스로 날아드는 공에 끊임없이 배트를 내민다. 오히려 쿨하게 삼진을 당하고,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 집어넣는 스트라이크를 노리는 쪽이 확률이 높이는 방법이다.

속구에 강점을 가진 타자에게 속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지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체인지업에 홈런을 친 타자에게 또 체인지업을 던지는 것은 먹잇감을 던져주는 꼴이다. 이런 패턴으로 넘겨준 흐름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경기 상황이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상위팀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현 상태라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도 많은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조금 더 세밀한 전력분석과 적극적인 벤치워크가 요구된다. 흘러가는대로 몸을 맡기면, 만나는 곳은 망망대해뿐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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