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서진용-이재원 \'이겼다\'
SSG 서진용이 1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경기 후 포수 이재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남은 경기는 단 39경기. 17년 만의 진기록까지 남은 승수는 3승. 농담처럼 얘기한 비공인 기록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SSG 마무리 서진용(30)이 ‘끝판왕’ 오승환(40·삼성)이 세운 유일무이한 기록에 도전한다.

서진용은 지난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경기에서 2이닝을 책임져 5-4 승리를 지켜냈다. 4-4 동점이던 9회말 등판했는데, 10회초 1사 후 최정이 역전홈런을 때려내자 10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연장에 들어가면 등판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10회초에 (최)정이 형이 홈런을 쳐서 역전하자 코치님들이 ‘더 던져도 되겠느냐’고 물으시더라. 기꺼이 올라갔다”며 웃었다.

자신의 손으로 팀 승리를 지킨다는 자부심이 크다. 그는 “멀티이닝을 소화하더라도 내 손으로 팀 승리를 지켜냈다는 희열을 포기할 수 없었다”며 웃었다. 마침 이날은 동점 상황에 등판해 승리투수가 됐다. 어느덧 시즌 7승(1패)째. 지난 11일 문학 KT전에서 생애 첫 20세이브 고지를 밟았는데, 남은 경기에서 3승을 보태면 10승 투수로도 이름을 올린다. 서진용이 10승 달성에 성공하면, 2005년 당시 신인이던 오승환 이후 17년 만에 ‘트리플(승-홀드-세이브) 더블’ 진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오승환
신인 시절 오승환.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대졸(단국대) 신인으로 삼성에 입단한 오승환은 데뷔시즌 롱릴리프로 시작해 필승조, 마무리 순으로 보직을 바꿨다. 불펜 투수로는 다소 긴 99이닝을 소화했는데, 10승 11홀드 16세이브 평균자책점(ERA) 1.18로 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트리플 더블을 달성했다. 서진용도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다.

시즌 출발은 불펜 필승조였다. 개막 한 달여 만에 홀드 11개(1승)를 따내며 필승조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던 서진용은 마무리 김택형이 부진과 부상으로 신음하자 소방수로 보직을 바꿨다. 5월19일 두산을 상대로 시즌 첫 세이브를 따낼 때까지만 해도 임시 마무리로 비쳤지만 SSG 김원형 감독은 “서진용이 마무리”라고 못박았다. 마무리로 변신한 뒤 35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6승 1패 20세이브, 평균자책점(ERA) 2.82. 피로가 쌓인 7월(ERA 4.73)에는 주춤했지만, 8월 7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구위를 회복했다.

[포토] 서진용, 승리를 지키는 수호신
SSG 서진용이 1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경기 10회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는 “노하우가 조금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힘으로만 던지던 습관을 버리고 밸런스 중심으로 생각을 바꿨다. 서진용은 “피로가 쌓이거나 컨디션이 안좋을 때는 몸에 힘을 빼고 팔 스윙 스피드만 빠르게 유지한다는 느낌으로 투구한다. 나름의 노하우”라고 말했다.

불펜에서 팔을 푸는 시간도 최소화한다. 스스로도 “팀내 불펜 투수 중 팔을 가장 빨리 푸는 쪽에 속한다”고 말했다. 서진용이 불펜에서 몸을 푸는 데 필요한 투구 수는 단 8개. 그는 “루틴이라면 루틴인데, 세트포지션으로 6개, 다리를 들고 두 개만 던지고 마운드에 올라간다. 몸이 빨리 풀리는 편이어서 던질 준비만 되면 멀티이닝도 끄떡없다”고 자신했다.

불펜 투수가 인위적으로 트리플 더블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진용은 ‘트리플 더블까지 3승 남았다’는 얘기에 말없이 환한 미소로 대신했다. 의미있는 기록도 중요하지만, 우승 순간 마운드 위에 서 있는 모습이 더 중요한 목표라고 말하는 듯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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