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윤산흠 역투
한화 우투수 윤산흠이 지난달 8일 광주 KIA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대전=윤세호기자] 만 23세에 불과한 신예 투수가 몇 년 사이 유니폼만 4개를 입었다. 독립리그 구단 파주 챌린저스를 시작으로 두산 베어스, 다시 독립리그 구단 스코어본 하이에나들, 그리고 한화 이글스까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보통의 프로 선수라면 유망주로서 1군 무대를 바라보거나, 대학에서 프로 진입을 기대할 시기에 매년 시련이 찾아왔다. 한화 우투수 윤산흠 얘기다.

그래서 지금이 더 소중하다. 지난해 극적으로 다시 프로 유니폼을 입었고 올해는 꾸준히 1군 마운드에 선다. 경기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등판하는 추격조가 아닌, 접전 상황에서 필승조 일원으로 혼신의 투구를 펼친다. 19경기 19.2이닝 3홀드 평균자책점 1.37로 활약하며 자신의 이름 석자를 널리 알리고 있다.

기록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투구 메커닉이다. 체구가 크지 않음에도 다이내믹한 투구 모션을 앞세워 강한 공을 뿌린다. 눈깜짝할 사이에 오른팔이 돌아가고 손끝에서 나온 공은 묵직하게 포수 미트에 꽂힌다. 이따금씩 구사하는 커브 또한 홈플레이트 앞에서 한 번더 회전이 걸리듯 강렬하게 움직인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좋아하고 흥미를 느낄만한 ‘작은 거인’형 투수가 등장했다.

윤산흠은 지난 11일 이러한 투구 메커닉을 형성하게 된 과정에 대해 “사실 예전에는 노모 히데오 선수를 따라했다. 노모 선수처럼 비스듬히 등지고 던지는 투구폼이었다. 그러다가 두산에 입단해 이용호 투수코치님께 지금의 투구폼을 배우게 됐다. 코치님도 체구가 작으신 편인데 빠른 스로잉으로 스피드를 늘려보자고 조언해주셨고 그러면서 지금의 투구폼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방향은 잡았지만 수 년 동안 유지해온 폼을 바꾸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윤산흠은 “처음에는 엄청 불편했다. 늘 몸을 틀고던지곤 했는데 공을 던지기 전 자세부터 어려웠다”며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이제는 내게 맞는 폼을 찾은 것 같다. 스코어본에서는 마정길 코치님이랑, 한화에 와서는 박정진 코치님이랑 세부적인 부분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러저런 과정 속에 방출 통보도 있었다. 윤산흠은 두산 유니폼을 벗게 된 상황을 두고 “두산 2군에 있을 때 기회를 많이 받았다. 퓨처스리그에 자주 등판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어깨가 아프더라. 경기에서 기복도 심했다. 방출 통보를 받았을 때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너무 컸다”고 돌아봤다.

두산 유니폼을 벗고 ‘포기’가 눈앞에서 아른 거렸지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윤산흠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지도자들이 그의 손을 잡았다. 윤산흠은 “두산에서 방출된 후 군대를 갈 계획이었다. 일단 군 문제부터 해결하고 미래를 생각하려 했다. 그 때 두산 조경택 코치님과 백차승 코치님이 도와주셨다. 스코어본이라는 독립구단이 생기는데 일 년만 더 도전하고 안 되면 군대에 가라고 하시더라. 송진우 감독님께도 말해주신다고 하셨다. 덕분에 이렇게 다시 프로에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험난한 과정을 지나온 만큼 현재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윤산흠은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 함께 독립구단에서 고생했던 형들이 축하한다고 연락도 많이 해준다. 한편으로는 고생했던 형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든다”며 “그래서 더 야구를 잘 하고 싶다. 강한 타자와 마주하면 아드레날린 같은 게 느껴진다. 강한 타자일수록 이겨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고 마운드에서 타자와 상대하는 각오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상대해보고 싶은 타자, 그리고 자신의 꿈에 대해 “이정후 선수를 한 번 잡아보고 싶다. KBO리그에서 가장 삼진을 안 당하는 타자고 맞히는 능력도 정말 뛰어난 타자다. 이정후 선수처럼 잘하는 타자와 멋지게 승부해보고 싶다”며 “어릴 때부터 꿈이 마무리투수였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마무리투수를 하면서 세이브를 올리고 싶다. 지금 내 투구 스타일도 마무리와 어울린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그는 메이저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특급 투수 팀 린스컴과 투구 모션이 흡사한 것을 두고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예전에 좋아했던 선수는 노모 선수였고 노모 선수의 투구폼을 따라했지만 린스컴 선수를 따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어떻게 하다보니 노모에서 린스컴과 비슷하게 던지게 됐다. 나중에 보니 정말 비슷하더라”면서 “머리를 기르는 것도 린스컴과는 큰 관계가 없다. 언젠가 한 번 머리를 길러보자고 생각했고 이번에 기르게 됐다”고 미소지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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