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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수 FC서울 감독.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지금까지 온 게 아깝지 않을까.”

안익수 FC서울 감독은 지난 5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0-2로 패한 뒤 하반기에 전술 변화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서울 부임 이후 ‘익수볼’로 불리는 안 감독의 축구는 K리그 전체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펩 과르디올라표’ 포지션 파괴를 자신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안 감독은 좌우 풀백의 3선 배치 등을 앞세워 매혹적인 후방 빌드업 색채를 뽐냈다. 주요 패스 성공 지표에서 서울 주력 선수는 모조리 상위권을 휩쓸며 ‘익수볼’을 대변했다.

다만 원하는 만큼 성적이 나지 않았다. 일차적 이유는 공격의 방점을 찍으며 빌드업 전술을 유의미하게 해줄 확실한 원콥 골잡이 부재였다. 서울 구단은 이런 점을 고려해 올여름 ‘검증된 골잡이’ 일류첸코를 전북 현대로부터 영입했다. 기대대로 일류첸코는 입단 이후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2골1도움)를 기록했고, 서울은 이 기간 무패 가도(2승1무)를 달렸다.

그럼에도 제주전은 서울의 또다른 현실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경기였다. 올 시즌 K리그는 겨울월드컵(11월 카타르) 여파로 조기 개막하고 무더운 여름에도 주중, 주말 경기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강한 스쿼드를 지닌 팀이 승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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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으로 현재 서울 스쿼드에서 빠져 있는 고요한, 오스마르.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서울은 ‘베스트11’ 만큼은 타 팀 부럽지 않지만 벤치 자원이 약한 편이다. 한마디로 주력 선수의 대체자가 없다. 부상자만 늘었을 뿐이다. 빌드업의 핵심 구실을 하는 외인 수비수 오스마르가 이미 장기 부상으로 9월 말이나 돼야 합류가 가능하다. 멀티 플레이어인 베테랑 고요한은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 아웃됐다. 이밖에 국가대표 공격수 나상호 등 주력 요원도 부상 이후 제 컨디션이 아니다.

안 감독은 주중, 주말 경기를 소화하면서 로테이션을 통해 주력 선수의 체력을 비축하고 싶어도 벤치 전력이 워낙 약한 탓에 쉽게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전술의 꼭짓점 구실을 하는 ‘캡틴’ 기성용이 경고 누적으로 빠진 지난 2일 울산 현대전(1-1 무)만 하더라도 그의 공백이 두드러졌다. 전반 서울은 울산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끝에 단 1개의 슛도 시도하지 못했다.

안 감독의 축구는 기본적으로 많은 활동량을 요구한다. 잘 뛰는 만큼 빌드업 색채가 잘 발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쿼드의 현실상 여름 레이스에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다. 7월 이후 서울은 7경기를 치렀는데 12실점했다. 이중 후반 실점이 75%(9실점)다. 또 승부처인 후반 20분 이후에 4실점했다. 막판에 경기 템포와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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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안 감독은 “FC서울이 가야 할 방향성은 변해서는 안 된다. (전술을 바꾸기엔) 지금까지 온 게 아깝지 않느냐”며 선수에게 적극성, 투쟁심, 끈기를 외쳤다. 서울이 안 감독 체제에서 매혹적인 축구를 펼친다는 데엔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프로의 세계에서 결과를 얻지 못하면 과정의 유의미함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서울은 승점 30으로 강등권인 11위 수원 삼성(승점 24)과 승점 차가 여전히 6에 불과하다.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안 감독이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를 할지, 실패를 감수한 ‘직진’을 할지, 어느덧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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