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 인터뷰 사진 (4)

[스포츠서울 | 김민지기자]“떠나보내기 아쉽다. 내가 이렇게 사랑할 수 있는 캐릭터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한소라는 배우로서 많이 고민하던 시점에 뚫고 나갈 수 있는 비상구 같은 존재였다.”

배우 유선이 tvN 드라마 ‘이브’ 종영 후,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극 중 정·재계 최고의 권력자로 군림하는 한판로의 외동딸이자 자신이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아온 한소라 역으로 분했다.

그간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유선은 ‘이브’를 통해 처음으로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에 도전했다.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영화 ‘어린 의뢰인’ 등의 작품에서 주로 선한 배역을 맡아온 그가 악역에 도전하게 된 건 연출자의 제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소라 역에 캐스팅된 이유에 대해 “나도 궁금하기도 했고 (감독님의 답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감독님께 여쭤봤다. (웃음) ‘나에게 오기엔 크고 좋은 역할인데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었다”며 “감독님께서는 소라 역을 봤을 때 내가 떠오른다고 하시더라. (한소라 역으로) 나를 가장 원하셨고, 감독님 말에서 뚝심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유선은 ‘이브’ 촬영 당시 연극 ‘마우스피스’도 병행 중이었다. 그런 그는 연기자로서 자신의 한계를 깨고 싶었다며 “사실 숨 막히는 부담감이 있었다. 나를 선택해주신 감독님께 감사함을 보답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 안목을 증명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또 배우로서 정체기를 느끼고 답답하던 찰나 이런 좋은 역할이 왔다. 그런데 내가 이 역할을 소화 못 하면 스스로 실망할 것 같아서 두려웠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서라도 일말의 후회와 부끄러움을 남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쩔 땐 자다가도 일어나서 대본을 볼 때도 있었다. 정말 초인적인 힘으로 버텨냈다.”

이브2

한소라는 단순한 악역에 그치지 않았다. 연기하기에 앞서 유선은 한소라의 서사를 완벽히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한소라를 어떻게 하면 좀 더 다른 악역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 캐릭터에서 눈에 띈 포인트는 천진함이 있다는 점이었다. 한소라를 제대로 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아빠의 마음에 드는 존재가 되겠다는 목적 하나로 성장한 인물로 해석했다. 몸만 어른이고 정서는 아직 아이에 머물러있는 사람이다. 포스가 있지만 자신의 자아로 돌아가는 순간 아이 같은 면이 있었으면 했다.”

‘이브’의 마지막 회는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특히 유선의 과한 메이크업은 배역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해당 장면에 대해 유선은 “너무 소중해서 잘 해내고 싶은 신이었다. 광기 어리게만 표현하면 섬뜩하기만 할 것 같았다. 남편인 윤겸(박병은 분)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은 소라가 이혼 통보를 받고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며 “소라는 초라한 자신을 견딜 수 없어서 미친 듯이 화장했다. 그러면서 자존감이 회복되다가도 그런 자신을 인지하게 된다.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나면서 온갖 감정이 교차했을 거다”라고 설명했다.

“촬영을 앞두고 메이크업 도구 없이 시연해봤는데 눈물이 펑펑 나더라. 거울로 내 얼굴을 보는 순간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아픔을 느꼈다. ”

유선 인터뷰 사진 (1)

유선은 ‘이브’를 통해 연기자로서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과 함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그는 대중의 반응뿐만 아니라 지인들을 통해서도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유선은 “황석정 언니와 학교 동기다. 연락하고 지낸 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을 보시고 연락을 주셨다. 내가 배우의 길을 잘 걸어가고 있어서 동기로서 뿌듯하고 힘이 된다고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언니가 칭찬을 쏟아내시는데 그 말을 듣고 너무 벅차서 울었다. 시청자분들이 보내주시는 반응도 고마웠지만, 같이 연기를 배우던 동기 언니가 해주는 말에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다”며 감사함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용기를 얻게 된 것 같다. 스스로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지 고민이 있었다. 소라는 그런 고민을 하던 나에게 돌파구가 되어줬다. 어려운 캐릭터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감, 처절함, 그리고 절실한 상황들이 결국 힘이 되어줬던 것 같다. 또 그 절실한 마음이 시청자들에게 닿았다. 용기를 가지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이 조금 생겨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mj98_24@sportsseoul.com

사진 | 블레스이엔티,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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