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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남자를 홀려 제멋대로 조종할 수 있는 ‘마녀’처럼 여겨지던 서예지가 하루아침에 우스워졌다.

서예지는 tvN 수목드라마 ‘이브’에서 이라엘 역을 맡고 있다. 이라엘은 13년간 준비한 복수를 위해 인생을 걸고 LY그룹 최고 경영자 강윤겸(박병은 분)을 유혹하는 인물이다. 설정만 보면 치명적인 매력을 지녔음은 물론, 지독하게도 야멸찬 분위기를 띤 캐릭터로 예상된다.

그러나 서예지가 그리는 이라엘은 단단히 잘못된 느낌이다. 가진 것을 모두 잃고 죽을 각오로 복수를 시작한 여자라기엔 시종일관 언행이 엉성하고 우스꽝스럽다. 그가 뱉는 말은 문어체에 가깝고, 노래도 아닌데 ‘공기 반 소리 반’을 고수한다. 휴지(休止)도 어색하다. 굳이 숨을 쉴 필요가 없는 시점에 스타카토 연주하듯 대사를 뚝뚝 끊어 집중력을 흐트러트린다. 이러한 사람이 실존한다고 가정했을 때 ‘아프로디테에 비할 미모를 가졌다 해도 모든 사람을 유혹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이 지점에서 이미 설득력을 잃은 것이다.

특히 지난달 30일 방송된 10회를 두고 ‘시작부터 몰입이 깨졌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라엘은 자신이 ‘개사이코’라고 인정하며 한소라(유선 분)의 인생을 작정하고 망치겠노라 협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의 웃음소리는 섬뜩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일정치 못한 발성에 예능을 본 듯 즐거운 표정까지, 되려 심각한 배경음악이 따로 노는 모양새였다. 정작 이 장면을 끌어가야 할 사람은 서예지인데, 흐트러짐 없는 상대 배우 유선의 연기력이 돋보인다는 게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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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엘이 우스꽝스럽게 비치는 것이 서예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9회에서 이라엘이 장문희(이일화 분)에게 복수를 제대로 이행할 것을 약속하는 장면을 두고 그의 몸짓과 동선이 지나치게 극화됐다고 지적했다. 이 신에서 이라엘은 장문희를 냅다 식탁으로 끌고가 앉히고, 복수 대상의 숨통을 끊겠다며 스스로 목을 조르는 시늉을 한다. 이들의 부산스러운 움직임은 실소를 자아내며, 그의 양손이 목에 닿자마자 황급히 원샷으로 전환되는 연출은 트렌디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밖에도 “방구석 탱고” 등 위트 없이 황당하기만 한 대사, 민트색 섀도를 사용한 장례식장 메이크업 등 현실과 동떨어진 디테일이 시청자들의 비웃음을 사는 분위기다.

비록 서예지가 전 연인 김정현과의 ‘가스라이팅 논란’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으나, 적어도 그의 연기력에 대한 이견은 없었다.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개성있는 캐릭터 표현으로 큰 사랑을 받았고, 추문으로 활동을 중단한 시점에 개봉한 영화 ‘내일의 기억’에서도 호평을 끌어냈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가 무난히 ‘이브’로 복귀에 성공할 것이라 봤다. 이성과의 스캔들에 휘말렸다가 대체 불가한 연기로 재기한 배우 이병헌이 유사한 사례로 언급되기도 했다.

‘배우’ 서예지의 진짜 위기는 지난해 4월이 아닌 지금 닥친 셈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6일 스포츠서울에 “서예지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와 낮은 목소리는 여배우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매력으로 꼽혔다. 사생활을 차치하더라도 학교폭력 및 학력 위조 의혹, 스태프 갑질 논란 등 각종 구설에 휘말렸던 서예지에게 ‘이브’는 일생일대의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의 매력으로 여겨졌던 부분들이 희화화되고 있는 이상 더는 강점으로 내세우기 힘들지 않겠나”라고 아쉬워했다.

notglasses@sportsseou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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