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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정철민 PD가 연출하는 예능프로그램에는 늘 사람이 가득하다. 주된 웃음 포인트는 ‘케미스트리’다. 진짜 친구인지 비즈니스 파트너인지 모를 만큼 돈독한 출연진은 뭐 그리도 할 말이 많은지, 오프닝부터 토크를 쏟아낸다. 그럴 때마다 정 PD는 호쾌한 웃음을 터트리거나 장난기를 띤 채 대화에 섞인다. 사람을 좋아하는 PD와 그를 믿는 멤버들의 만남, 이보다 편안한 재미에 최적화된 조건이 있을까. 이는 최근 세 번째 시즌을 마무리한 tvN ‘식스센스’의 인기 비결이기도 하다.

정 PD는 최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딱 맞다.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유)재석이 형은 메시지 앱을 안 써서 없는데 단체채팅방이 있다. 끝나고 나서도 ‘그립다’, ‘보고 싶다’ 같은 말을 하고 있다”고 ‘식스센스3’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식스센스’는 유재석, 오나라, 전소민, 이상엽, 제시, 이미주가 진짜 속에 숨어 있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를 찾는 포맷의 프로그램이다. 시즌3에서는 몇몇 변화가 있었다. 정답자에게 주어졌던 금감이 행운볼로 교체됐으며, 진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스파이’ 제도가 추가됐다.

“엄청나게 색다른 변화를 주려고 한 건 아니다. 다만 유튜브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보면서 시청 패턴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고 느꼈다. 조금 봤던 그림 같으면 쉽게 질린다. 그래서 바꾸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행운볼은 사실 실질적인 고민 때문에 도입했다. 금값이 너무 올랐다. 하하. 스파이 제도는 시즌2 때 발견한 오류를 보완하고자 만들었다. 온주완 씨가 ‘여기 나 와봤는데’라고 한 거다. 그 가게를 모두 의심하고 있었는데 온주완 씨가 거짓말할 이유가 없지 않나. 출연자들한테 모른 척해달라고 할 수도 없고, 이런 곳 가봤냐고 체크할 수도 없다. 어떻게 방어막을 만들 수 있을까 하다가 스파이를 두게 됐다. 녹화에 더 몰입해서 하게 되더라.”

무엇보다 전소민이 부상과 드라마 일정으로 이번 시즌에 함께하지 못했다. 기복 없이 활약해온 그의 출연 불발은 제작진 입장에서 아쉬운 일이었을 터다. 그럼에도 정 PD는 “(전)소민이는 연기자이기 전에 아끼는 동생”이라며 “세 번 정도 출연했는데 무리해서 나온 거였다. 녹화 전날까지 드라마를 찍고 의리로 나와줬다. 같이 하고 싶긴 한데 몸은 힘들었을 거다. 제 컨디션이 아니었을 텐데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난이도는 상향 조정됐다. 현혹에 적응됐을 법한 멤버들도 작정하고 속이는 제작진에게 속수무책 당했다. 게스트들도 “TV로 볼 때랑 다르다. 너무 어렵다”고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특히 제작진은 4회에 등장한 ‘갈비 젤라토’를 진짜로 믿게 하기 위해 물밑 작업까지 벌였다. 몇 달 전 이상엽의 드라마 촬영장에 그와 절친한 온주완이 갈비 젤라토 간식차를 보낸 것.

“더 재밌는 게 있을까 고민하다가 아침에 샤워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상엽은)그날 녹화 끝나고도 벙쪄 있다가 갔다. 동갑이라서 친한데 밤에 전화가 왔다. 이렇게까지 한 이유가 뭐냐고 하더라. 그래도 주인공이라서 좋아했다. 하하. 여러모로 힘든 포맷이다. 품이 많이 들어간다. 다들 피 토하면서 만들었다. 한 회 한 회 다 자식처럼 소중하다.”

제작진의 속임수 만큼 출연진의 호흡도 정점에 올랐다. 덕분에 게스트들마저 멤버 못지않게 현장을 즐길 수 있을 분위기가 형성됐다. “게스트들이 좋은 사람들과 신나게 놀다 간다는 느낌으로 임해주셨다. 포맷은 그릇에 불과하다. 알맹이는 사람이다. 괜찮은 사람을 모아놓고 괜찮은 면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래서 더 가족 같고 편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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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의 탁월한 합에는 함께한 세월이 한몫했지만, 출연진 구성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유재석과 이상엽을 제외한 멤버 전원이 여성이다. 이들은 금기로 여겨졌던 월경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고, 가슴과 가슴을 맞부딪히는 ‘보디 파이브’로 친밀감을 드러냈다. 충격적일 정도로 신선한 재미였다. ‘가짜 찾아내기’에 버금가는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여성 출연자들의 언행이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전 시즌까지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고 오히려 각광받던 부분이 타깃이 됐다. 시즌3까지 이어진 만큼 더욱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출연자들은 그저 예전처럼 열심히 했을 뿐인데 비난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이에 정 PD는 “가끔 멤버들이 안 좋은 반응에 상처받을 때 힘들었다. 멤버들에게 책임을 돌릴 게 아니라 제작진을 질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나는 늘 편집해줄 테니 오버해서 열심히 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다. 그런 부분에서 서로 항상 믿는 게 있다. 안 좋은 반응이 나온 건 못 골라낸 내 책임이다. 다들 씩씩한 척했지만 마음이 아팠다. ‘내가 욕먹어야 하는 건데 더 신경 쓸게. 미안해’ 하면서 으쌰으쌰 했다. 시즌1, 시즌2 때 좋아하는 분위기였는데, 안 좋아하는 분들이 생겼다. 사계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빠르게 대응해야겠지만 다 맞추다 보면 본연의 색깔을 잃는다. 그럼에도 모든 지적이 옳다고 생각했다.”

의견 하나하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출연자들이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은 이는 유재석이었다. 앞선 인터뷰에서 ‘전천후 미드필더’로 언급됐던 그는 이번 시즌에서도 공수 조율을 담당했다. 쉼 없이 달리는 공격수인 멤버들의 사기를 북돋는 것 역시 그의 몫이었다. 이 바탕에는 ‘열심히 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있다. “늘 따뜻한 사람이다. 일적으로 프로페셔널하지만 인간적인 면이 많다. 같이 일하면서 추구하는 가치관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당연한 이치에 동의한다.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발굴하는 것에도 욕심이 크다.”

그래서일까. 정 PD와 유재석이 함께한 프로그램에서는 늘 스타가 탄생했다. 전소민(‘런닝맨’·‘식스센스’), 블랙핑크 제니(‘미추리’), 송강(‘미추리’), 이미주(‘식스센스’) 등이다. 이를 타고난 복으로 여긴다는 정 PD는 ‘식스센스’에 대해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준 소중한 나의 터”라고 했다. 출연자를 프로그램의 구성 요소가 아닌 사람으로서 아끼는 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랑 프로그램 했던 사람들이 잘돼가는 걸 보는 게 큰 복 중 하나다. 잘될 만한 원석 같은 사람들을 보여드리고 싶다. ‘런닝맨’이나 ‘미추리’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연예인, 스태프 다 포함이다. 내 주제에 과분한 사람들이 나타나서 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다. 인복이 있나 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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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glasses@sportsseou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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