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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리조트 ‘샤스타데이지 축제’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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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리조트 ‘샤스타데이지 축제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 정선=황철훈기자] 강원도 내륙 깊숙이 자리한 정선은 첩첩산중 오지다. 험준한 산세와 깊은 골짜기 탓에 도로를 내기도 쉽지 않은 곳이다. 덕분에 때 묻지 않은 원시자연을 오롯이 마주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산이 높으니, 골짜기도 깊다. ‘고산준령(高山峻嶺)’이 펼쳐내는 풍광도 타지방을 압도한다. 정선이 내륙의 섬으로 불리는 이유다.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정선으로 여행을 떠났다. 무더위를 피해 떠나기 좋은 여행지로 정선만 한 곳도 없다. 특히나 정선에는 무려 해발 800~1300m에 리조트 단지가 있다. 서울 도심보다 5도 이상 낮은 여름 기온을 자랑하는 곳이다. 깊은 골짜기서 불어오는 바람은 천연 에어컨이 따로 없다. 겹겹이 둘러친 산맥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드넓게 펼쳐진 초원엔 울긋불긋 야생화가 물결을 이루는 곳, 바로 하이원리조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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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리조트 ‘샤스타데이지 축제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때아닌 초여름에 내려앉은 새하얀 눈꽃

드넓게 펼쳐진 스키장 슬로프에 새하얀 눈꽃이 내려앉았다. 겨울도 아닌 초 여름에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실은 슬로프를 하얗게 뒤덮은 꽃 ‘샤스타 데이지’ 얘기다. 이런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은 정선 ‘하이원리조트’다. 2006년 스키장 오픈과 함께 매해 야생화 식재를 통해 슬로프 녹화작업을 진행해 온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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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리조트 샤스타데이지 카트투어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여름 눈꽃은 쉬엄쉬엄 걸으며 감상할 수 도 있지만 전동카트를 이용하면 좀 더 편안하게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다. 하이원리조트는 ‘하늘길 카트투어’라는 유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시간 동안 카트를 타고 왕복 7㎞의 야생화 군락지를 둘러볼 수 있는 상품이다.

기자도 카트를 배정받아 투어에 나섰다. 지정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니 눈앞에 새하얀 물결이 일렁인다. 중간중간엔 커다란 글자 조형물을 비롯해 누구나 연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피아노와 의자, 파라솔 등이 놓여있다. 경사진 슬로프를 따라 오르면 하얀 물결은 더욱 빛을 발한다. 경사면 아래로 끝도 없이 펼쳐진 ‘샤스타데이지’의 물결이 마치 바다처럼 일렁인다. 좀처럼 경험해 보지 못한 이국적인 풍경이자 경이로운 장관이다.

사진동호회 소속이라고 밝힌 중년 여인들이 형형색색의 드레스에 모자까지 갖춰 입고 프로모델 뺨치듯 농염한 자태를 뽐낸다.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도 저마다 인생샷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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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리조트 곤돌라 ‘스카이1340’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땅 위에서 여름 눈꽃을 즐겼다면, 이번에는 하늘에서 즐길 차례다. 새처럼 하늘을 날며 하이원리조트 일대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니 바로 ‘스카이1340’다. ‘스카이1340’은 약 2.8㎞를 이동하는 곤돌라다. 하이원리조트의 최정상인 해발고도 1340m ‘하이원탑’까지 이동하며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풍경을 펼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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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리조트의 정상 ‘하이원탑’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하이원탑에 도착하면 둥근 지붕을 한 거대한 건축물이 나타난다. ‘하이원탑 전망카페’다. 전망카페에서는 다양한 음료를 즐기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절경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겹겹의 산맥들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장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전망대의 이름도 ‘톱 오브 더 톱(Top of the to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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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이 연못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몽환의 숲길 따라 만난 ‘도롱이 연못’

이왕 하이원탑에 올랐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도롱이 연못’이다. 도롱이 연못은 1970년대 탄광 갱도의 지반침하로 인해 생겨난 생태 연못이다. 화절령 아래 살고 있던 광부의 아내들은 연못에서 도롱뇽이 모습을 보이면 탄광에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연못에서 남편의 무사고를 기원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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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리조트 하늘길의 일부인 ‘산죽길’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도롱이 연못을 찾아가는 길은 하이원탑 전망대 뒤편에 있는 ‘산죽길’을 이용하면 된다. 우선 전망대 건물 왼쪽에 있는 소추원(소망하는 추억 정원) 나무계단을 타고 오르면 곧바로 숲길이 이어진다. 도롱이 연못까지 이어지는 숲길은 1.5㎞ 길이의 평탄한 내리막길로 쉬엄쉬엄 걸어도 30분이면 충분하다.

옅은 안개가 낀 숲길은 고요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숲길은 평탄하게 이어지다 이내 야트막한 내리막이 반복된다. 지난 가을에 떨어진 낙엽송 잎이 양탄자처럼 깔린 숲길은 폭신한 흙길로 순하디순한 길이다. 길 주변엔 소담스럽게 피어난 고사리와 산죽이 반갑게 손짓하고 자작나무 사촌 격인 ‘사스레나무’가 길손을 환대하니 지루할 틈이 없다.

도롱이 연못까지 이어진 숲길은 예전 석탄을 나르던 길인 운탄고도와 이어진다. 숲과 나무에 둘러싸인 연못은 신비함이 가득하다. 어디선가 숲의 정령이 불쑥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연못 주변 나무의자에 앉아 고요한 연못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광부 아내의 마음이 애잔하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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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북 탄광문화관광촌 광부인차 탑승체험.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애환의 역사를 품은 ‘사북 탄광문화관광촌’

정선은 한때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산업화를 이끈 석탄산업의 메카였다. 동양 최대의 민영탄광인 동원탄좌가 있던 자리가 바로 정선읍 사북면이다. 2022년 4월 기준으로 정선의 인구가 3만5000여명에 불과하지만, 석탄산업이 활발했던 1970년대 중반만 해도 인구 13만 명의 위세를 자랑하는 고장이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석탄사업은 본격적인 사양길로 접어든다.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와 함께 천연가스와 석유가 석탄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40여년을 이어온 동원탄좌도 결국 2004년 문을 닫았다.

탄광문화촌
①광부들이 탄광으로 이동할때 타던 ‘광부인차’ ②당시의 석탄을 나르던 전차(광차) ③사북 탄광문화관광촌 갱도 ④사북 탄광문화관광촌 수장고에는 당시 광부들이 신었던 작업화를 비롯해 다양한 장비들이 보관되어 있다.

석탄산업의 몰락은 지역경제를 뿌리째 흔들었고, 결국 정부가 폐광지역의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설립한 것이 바로 정선의 랜드마크 ‘강원랜드(하이원리조트)’다. 정선에는 곳곳에서 석탄산업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트레킹 길로 널리 알려진 ‘운탄고도(運炭高道)’도 당시 석탄을 나르던 길이였다. 당시 번성했던 석탄산업은 사라졌지만 대신 곳곳에 남겨진 탄광과 시설은 훌륭한 문화유산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동원탄좌가 있었던 사북 탄광문화관광촌도 내년 10월 정선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재탄생한다. 탄광문화관광촌을 인수한 강원랜드가 사북읍 번영회와 손잡고 이곳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 중이다. 각종 시설물과 갱도를 재정비하고 당시의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전시장과 체험공간 등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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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신성일 문화유산사업TF 팀장이 사북 탄광문화관광촌 개발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강원랜드 신성일 문화유산사업TF 팀장은 “어두운 갱도는 미디어 아트 등 트렌디한 연출을 접목해 관람객들이 좀더 다이나믹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할 계획”이라며 “우선 내년 10월경에 뮤지엄을 먼저 개관하고, 야외공간도 순차적으로 개발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급적 인위적인 개발로 인한 현장 훼손을 줄이고 광산 시절의 리얼한 현장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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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방치 전망대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아찔한 풍경 ‘병방치 스카이워크’

‘병방치 스카이워크’는 동강의 비경과 한반도 지형을 닮은 물돌이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절벽에 매달아 놓은 전망대는 U자 모양의 바닥에 투명유리를 깔아놓아 마치 절벽 끝에서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뱅뱅이재라고도 불리는 병방치(兵防峙)는 고개를 넘어갈 때 뱅글뱅글 돌면서 내려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병방치 스카이워크를 걸어봤다면 오른쪽으로 나 있는 나무계단을 타고 올라보자. 5분만 오르면 또 다른 전망 공간이 나온다. 병방치 스카이워크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 한반도 지형을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 바로 옆은 짚와이어를 타는 곳이다. 세계 최고의 높이와 속도(시속 120㎞)를 자랑하는 짚와이어는 1㎞ 길이를 아찔하게 비행하며 발아래 펼쳐진 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운암정
①하이원리조트 ‘운암정’ ②운암전 ‘운암작가’에서 선보인 궁중스타일 안주 ③운암작가에서 선보이고 있는 전통주 5종 ④운암정의 중정

●맛집 정보하이원리조트 운암정(雲岩亭)

=멋스러운 한옥 채와 연못 그리고 운치있는 정자까지. 마치 작은 별궁처럼 자리한 이곳은 베이커리 카페와 전통주 주점인 ‘운암작가’를 운영 중이다. 특히 전통주를 선보이고 있는 ‘운암작가’에서는 다양한 전통주와 함께 황태부각, 수제육포, 홍시소스로 맛을 낸 해산물냉채 등 궁중스타일의 안주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셰프의 정성이 느껴지는 한우불고기 전골을 비롯해 황기 도가니 사태수육, 명태회무침은 그야말로 별미다. 별궁에서 맛보는 호사로 최고의 진미다. 운암작가는 사전예약으로만 운영된다. 운암작가에서 ‘작가(酌家)’는 ‘잔에 술을 따르고 부어 마시는 집’이란 뜻이다.

한편 운암정은 각종 채소나 허브 등 식재료를 친환경 키친가든 ‘오가닉팜’에서 직접 키워낸다. 퇴비 또한 특별한 친환경 퇴비를 쓴다. ‘동애등에’라는 곤충을 이용해 리조트에서 배출되는 음식 잔반을 먹어치우게 하면서 생겨난 배설물을 이용한다.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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