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2점 홈런 넘기는 LG 이재원
LG 이재원이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NC와의 경기 6회말 2사 1루 4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NC 선발 구창모을 상대로 2점 홈런을 치고 있다. 2022. 6. 28.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메이저리그(MLB)에서 타자를 평가하는 항목 중 플레이트 디서플린(Plate Discipline)이 있다. 우리말로 ‘선구안’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있는데 본질적인 의미는 다르다. 스트라이크와 볼을 고르는 선구안과 플레이트 디서플린은 차이가 있다.

플레이트 디서플린은 타석에서 칠 수 있는 공과 칠 수 없는 공을 구분하는 능력, 즉 자신의 존을 유지하며 투수와 싸울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한 탬파베이 신예 완더 프랑코를 비롯해 MLB 특급 유망주들은 대부분 플레이트 디서플린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전성기 시절 MLB 특급 외야수로 꼽혔던 추신수 또한 플레이트 디서플린이 매우 뛰어난 타자로 평가 받았다.

플레이트 디서플린이 뛰어난 타자는 자신의 존으로 들어온 공은 정타로 연결시키고, 스트라이크가 되더라도 칠 수 없는 공은 버린다. 현재 KBO리그에서 플레이트 디서플린이 가장 뛰어난 타자는 키움 이정후와 LG 홍창기다. 예를 들면, 노아웃 주자 1루 풀카운트, 1아웃 주자 1루 풀카운트에서 굳이 어려운 공에 배트를 내지 않는다. 어려운 공에 스윙해 병살타를 치기보다는 그냥 삼진으로 혼자 죽는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존에 공이 들어오면 주저하지 않고 스윙해 장타를 만든다.

LG 코칭스태프가 거포 이재원(23)에게 기대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이미 집중견제 대상이 됐다. 5월 타율 0.318 5홈런 15타점 OPS 1.044로 괴력을 발휘한 후 상대 투수들은 절대 이재원과 쉽게 승부하지 않는다.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섞으며 이재원을 상대한다. 풀카운트에서도 변화구가 날아오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지난 28일 NC 토종 에이스 구창모도 그랬다. 2회말 이재원과 첫 승부에서 초구 슬라이더로 이재원의 시야와 타이밍을 흔들었다. 이재원은 몸쪽으로 깊게 들어오는 슬라이더에 헛스윙하며 시작부터 밀렸다. 이후 구창모는 점점 더 빠른 속구를 구사해 4구 만에 이재원을 2루 플라이로 돌려세웠다. 4회말 두 번째 승부에서는 초구 높은 속구로 이재원의 배트를 유도해 다시 한 번 평범한 내야 플라이를 유도했다. 이재원은 두 번의 맞대결에서 정타로 연결시키기 어려운 공에 스윙해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세 번째 대결은 달랐다. 초구 바깥쪽 슬라이더가 존에 들어왔으나 스윙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허용해 볼카운트 0-1이 됐지만 이재원이 못한 게 아니다. 스트라이크였어도 이재원의 존에서 벗어난 공이었다. 스윙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3구와 4구를 상대하는 과정도 뛰어났다. 볼카운트 0-2에서 존 상단을 크게 벗어난 속구에 배트를 내지 않았고 이후 바깥쪽에서 떨어지는 커브에도 스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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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NC의 경기. 6회말 이재원 타석에서 구창모가 던진 초구 슬라이더.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을 걸치는 슬라이더였는데 이재원은 이 공에 스윙하지 않았다. 볼카운트 0-1이 됐으나 스윙해도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든 코스의 공이었다. 캡처 | MBC 스포츠 플러스 중계화면

그리고 5구 속구에 최고의 결과를 냈다. 양의지의 주문과 달리 속구가 바깥쪽에 걸치지 않고 다소 가운데로 향했다. 그러자 이재원은 자신의 존에 들어온 공을 정확히 받아쳤다. 잠실구장 한 가운데를 가르는 대형 홈런을 쏘아 올렸다. 에이스 대결에서 LG가 승기를 잡게 만드는 의미있는 홈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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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NC의 경기. 6회말 이재원이 구창모의 5구 속구에 홈런을 치는 모습. 볼카운트 0-2에서 2-2까지 승부를 끌고 오며 홈런을 만들었다. 5구 속구가 양의지 주문과 달리 다소 가운데로 향했고 이재원은 이 공을 놓치지 않았다. 캡처 | MBC 스포츠 플러스 중계화면

경기 후 이재원은 “팀이 이겨서 좋다. 홈런보다는 팀이 승리한 것만 생각한다. 끈질기게 승부해서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섰다”고 말했다. 그런데 “끈질기게 승부”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초구라도 자신의 존에 들어온 공은 치면 된다. 반면 6회말 세 번째 타석처럼 초구부터 자신의 존에서 벗어난 공이 들어오고 카운트 싸움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끈질긴 승부가 된다.

현재 이재원은 투수와 싸우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잘 싸우면 결과는 따라오기 마련이다. 기회는 많다. 홍창기의 이탈은 박해민 1번, 문성주 2번 기용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이재원이 지명타자 혹은 좌익수로 꾸준히 선발출장할 수 있게 됐다. 매 경기 투수와 3, 4타석씩 싸우면서 이기다보면 자신의 존과 타격이 정립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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