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_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5)

브로커_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4)

브로커_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3)

브로커_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2)

브로커_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1)

“외국배우와의 작업이 아닌, 뛰어난 배우들과의 작업은 언어의 차이를 넘는 매력적인 체험이다.”

‘어느 가족’(2018),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아무도 모른다’(2005)등 국내에도 수많은 팬을 보유한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배우와 함께한 ‘브로커’ 작업을 이렇게 표현했다.

‘어느 가족’으로 4년 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그는 ‘브로커’의 주연배우 송강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기며 거장의 품격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고레에다 감독은 ‘내가 아닌 한국 감독의 영화에서 상을 받았으면 더 좋았을 걸”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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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송강호에 대한 고레에다 감독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감독은 “현장에서는 송강호 배우의 듬직함을 매일 느낄 수 있었다”고 표현했다.

“한국어를 모르는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건 대사 의미 이외의 것들이다. 그럴 때 송강호가 옆에 와서 ‘이 전 테이크가 좋았던 것 같다’는 식으로 솔직하게 소감을 전해주곤 했다. 그는 결정은 감독의 몫이니 자신의 의견은 참고만 하라고 당부했다. 이런 작업이 매일 이어졌다.”

영화 속에서 명장면으로 꼽혔던 이지은(아이유)의 “태어나줘서 고마워”란 대사 역시 송강호의 아이디어가 편집에서 빛을 발한 장면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당시 송강호가 그 부분에서 자신의 대사를 끊어달라고 했다. 실제로 편집실에서 그렇게 해보니 압도적으로 좋았다. 완성도를 위해 자신의 대사를 중간에서 끊는 게 좋다고 말하는 배우는 처음이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영화의 사실상 주인공인 소영 역의 이지은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통해 그의 팬이 됐다는 고레에다 감독은 “드라마만 보고 실제로 ‘쿨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현장에서 소탈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줘서 소통이 수월했다”고 전했다.

극 중 소영은 복잡한 과거사를 지닌 인물로 묘사된다. 각종 범죄에 노출돼 급기야 자신의 아이를 버리기까지 했다. 이런 소영의 모습은 ‘나의 아저씨’에서 이지은이 연기한 이지안 캐릭터와 일정 부분 겹친다.

그러나 고레에다 감독은 “‘나의 아저씨’ 속 이지안과는 전혀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역할도 다르고 어머니 역할도 처음이다. ‘나의 아저씨’ 속 연기는 훌륭했지만 현장에서 그 드라마를 떠올린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영화는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버리는 여성과 그 아기를 불임부부에게 돈을 주고 넘기는 브로커의 사연을 잔잔하게 그려내며 감독 특유의 ‘유사가족 공동체’를 논한다. 그러나 영아 불법 입양을 다뤘다는 점에서 칸 영화제는 물론 국내에서도 사회적인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고레에다 감독은 “시설과 입양제도 등을 취재하며 영아 유기에 대한 비판의 화살이 줄곧 어머니를 향하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그 책임은 어머니가 아닌 사회에 있다고 느꼈다”며 “영화가 생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끔 끝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강한 확신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한국자본으로 제작한 영화로 8번째 칸에 입성한 고레에다 감독은 현지에서 “CJ의 힘을 제대로 느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칸의 거리마다 ‘브로커’ 간판이 걸려있고 내가 묵고 있는 호텔 앞에도 ‘브로커’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을 보며 다소 부담을 느꼈다”면서도 “하지만 기념사진을 찍긴 했다”고 말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인 그는 지금 일본 영화의 부진에 대해서도 쓴소리와 개선 방향을 전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재능있는 창작자와 배우는 많지만 제작환경과 시스템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새로운 창작물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한국과 프랑스 제작 시스템을 거친 내가 지금 일본 영화제작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조은별기자 mulgae@sportsseoul.com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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