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이용수 기술위원장과 인사하는 슈틸리케 감독
2016년 당시의 슈틸리케 감독과 이용수 현 축구협회 부회장의 모습.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결국 ‘회전문 인사’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1일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으로 이용수(63) 현 협회 부회장을 위촉했다고 발표했다. 협회는 이 부회장에 대해 “축구 전반에 대한 높은 식견과 다년간의 해당 직책 경험, 국제 감각과 원만한 소통 능력을 가진 분이어서 카타르월드컵 본선 등 각종 국제대회를 준비하는 우리 대표팀을 위해 크게 기여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더불어 협회는 “전력강화위원장 선임을 위해 지난 3월부터 10여명의 후보군과 접촉해 검증 작업을 했고, 최종적으로 3명을 추린 끝에 이용수 위원장을 최종 선임했다”라는 과정을 공개했다.

이번 인사를 보는 축구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 부회장은 2002 한일월드컵 당시 기술위원장을 맡아 중요한 역할을 한 경험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축구의 ‘흑역사’를 만든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기술위원장으로 일했던 2014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데려왔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술, 훈련의 디테일을 갖추지 못했고, 성적 부진을 선수 책임으로 돌리는 등 A대표팀에 걸맞은 지도력을 보이지 못했다. 경기력은 물론이고 성적도 워낙 안 좋아 자칫 월드컵 본선에도 나가지 못할 뻔 했다. 결과적으로 화살은 그를 선임한 이 위원장에게도 돌아갔다. 제대로 된 검증 과정, 시스템 없는 평가를 거친 인사의 결말이었다.

‘슈틸리케 트라우마’ 이후 한국 축구에 대두된 게 바로 시스템 인사의 필요성이었다. 더 이상 한 사람의 직감이나 판단으로 인사를 할 게 아니라 뚜렷한 기준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최적화된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마침 후임이었던 김판곤 전 위원장, 현 말레이시아 감독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철저한 분석 체계를 통해 지도자를 평가했고,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전술, 훈련 프로그램,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의 수준 등을 두루 검토해 파울루 벤투 감독을 영입했다. 자신의 의견만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위원회 위원들과의 소통과 토론을 통해 집단 지성의 객관성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

같은 방식을 연령대대표팀에도 도입해 아시안게임 금메달, 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 등 여러 대회에서의 성공을 불렀다. 여자대표팀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한 콜린 벨 감독을 데려온 인물도 김 전 위원장이었다. 이로 인해 모처럼 협회도 선진화 된 시스템 인사를 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팬의 사랑을 받으며 황금기를 누렸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이 확립했던 프로세스나 철학을 공유하는 축구인이면 모르겠지만, 그의 행보, 캐릭터 등은 아예 다르다. 인성이나 경력, 능력과 별개로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흐름에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축구인이 대다수다. 게다가 슈틸리케 감독이 떠난지 불과 5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문제의 인사를 단행한 인물이 협회 요직에 오르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 복귀로 올해 월드컵이 끝나면 대표팀의 양식 없는 인사가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현직으로 일하는 한 프로축구 지도자는 “김판곤 위원장 시절엔 모처럼 축구계도 시스템을 갖춘 것처럼 보였다. 축구인으로서 배울 게 많다고 봤고, 이를 계기로 국내 지도자들도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지금 인사를 보면 결국 과거로 회귀한 게 아닌가. 과거와 다를 수는 있지만 5년 만에 같은 사람이 확 바뀔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올해 월드컵이 끝나면 제2의 슈틸리케 사태가 벌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축구인도 “앞으로 나아가도 모자를 판에 과거로 돌아가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모르겠다. 현 지도부가 들어선 후 축구계에서 협회를 보는 시선이 점점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협회에서 위원으로 일하는 축구인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답답한 일들이 참 많다. 여러모로 참 걱정되는 조직”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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