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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배정대가 5월3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전에서 2점 홈런을 때린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제공 | KT 위즈

[스포츠서울 | 문학=장강훈기자] KT 통합우승의 버팀목이던 유한준(41)이 잠자던 배정대를 깨웠다. 경험으로 체득한 노하우를 전달했는데 결승홈런을 만들어냈다.

배정대는 지난달 3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2회초 벼락같은 스윙으로 좌월 2점 홈런을 뽑아냈다. SSG 선발 윌머 폰트의 바깥쪽 높은 시속 149㎞짜리 빠른 공을 잡아당겨 만든 큰 아치였다. 시즌 첫 홈런이 결승홈런이 됐다. 배정대는 “타격감이 너무 안좋아서 스스로 위축됐다. 감독님께서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스윙하라’고 조언하셔서 빠른 공을 노리고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한준 선배님께서 ‘언더핸드 투수라고 생각해’라고 말씀하신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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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유한준의 은퇴식에서 KT선수들이 유한준에게 헹가래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 | KT 위즈

지난해 투혼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지친 KT 타선을 깨운 유한준은 창단 첫 통합우승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현역 마지막 시즌을 통합우승으로 장식한 뒤 은퇴했고, 올해 여러 보직을 거치며 두 번째 인생 경험을 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순환 근무 중인 인턴”이라며 웃었다. 2군 매니저와 스카우트, 데이터 분석과 전력분석팀을 오가며 구단 행정을 배우는 중이다. 이날은 배팅케이지 뒤에서 후배들의 타격훈련을 도왔다.

통산 0.302에 151홈런 883타점을 기록한 유한준은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타자였다. 5316타수 728삼진이니 타수당 0.14개 꼴로 삼진을 당했다. 한시즌 최다 삼진은 넥센 시절인 2015년 71개였는데, 23홈런 116타점 타율 0.362로 최다안타 1위(188개) 타격 2위, 2루타 1위(42개) 등 커리어 베스트 시즌을 보냈다. 맞히는 능력도 뛰어나고 투수와 수싸움에도 능한, 말그대로 ‘소리없이 강한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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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대의 시즌 첫 홈런 순간. 척추각이 곧게 유지 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 | KT 위즈

이런 유한준의 눈에 배정대의 고민이 보였다. 배정대는 올시즌 50경기에서 타율 0.230에 그쳤다. 성적이 떨어지니 조급할 수밖에 없고, 결과를 만들지 못하니 소극적으로 변했다. 마음이 급해 상체가 투수쪽으로 기울어진채 타격하는 경우도 많았다. 배정대에게 볼을 토스하며 타격훈련을 돕던 유한준은 “언더핸드 투수라는 생각으로 타격하라”고 조언했다. 현역 때 경험을 살려 “안좋을 때, 상체가 엎어질 때 이런 생각으로 극복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언더핸드 투수가 된 심정으로 스윙하면, 배트 무게와 길이, 신체 밸런스 때문에 상체가 뒤로 젖혀진다. 허리 아래로 팔스윙을 하기 때문이다. 허리를 숙이지는 않기 때문에 척추각을 곧게 유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바깥쪽 높은 공을 찍어 홈런을 쳤다는 것은 상체가 앞으로 쏠리지 않았다는 증거다. 유한준의 한 마디가 배정대의 단점을 없앤 셈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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