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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NM

[스포츠서울|칸(프랑스)=조현정기자]“상 받기 위해 연기하고 연출하는 배우와 감독은 한 사람도 존재할 수 없다.”

배우 송강호가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이번이 7번째로, 지난 27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칸의 마제스틱 호텔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칸 영화제와‘브로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밀양’(2007)으로 15년 전 처음 칸을 찾은 그는 “작품으로는 그전에 ‘괴물’이었는데 감독주간이라 봉준호 감독만 왔다. 2007년 전도연씨와 ‘밀양’을 같이 왔는데 희안할 정도로 과정도, 변화도 없이 똑같다”며 “작년만 조금 다른 기분이었다. 심사위원으로 와서 몸은 좀 힘들어도 마음은 편안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베이비 박스를 둘러싼 인물들이 여정을 함께 하는 모습을 담은 로드무비인 ‘브로커’에서 송강호는 세탁소 사장이자 아이를 파는 브로커 상현 역을 맡았다. 상현은 보육원에서 자라며 상실감을 느끼는 것보다 간절하게 아이를 바라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정식 입양이 어려운 부모를 찾아주는 게 모두의 행복을 위해 낫다고 판단해 선의의 ‘인신매매’를 자처하는 어수룩하고 다면적인 인물이다.

‘브로커’에 출연하게 된 계기로 “오래 전부터 고레에다 감독님의 작품을 봐와서 감독님의 팬이었다”며 “감독님이 한국영화를 굉장히 좋아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 매년 와서 매년 길거리 가다가도 만났다. 2007년 처음 뵌날 엘리베이터 앞에서 ‘당신의 연기는 ‘밀양’이 최고였다‘고 덕담을 해주셨다. ’브로커‘ 얘기는 2015~16년 부산영화제 때 미팅을 갖자고 해서 만나뵀더니 당장 들어갈 영화는 아니고 몇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차근차근 준비해서 같이 하자고 하셨다. 처음엔 봉준호 감독이랑 ’기생충‘이란 가족 얘기를 하는데 연달아서 가족 얘기를 하는 작품을 하게되면 고민이 생겨 조금 더 날짜와 시나리오가 구체화되면 긍정적으로 얘기하자 하고 헤어졌다“고 전했다.

송강호인터뷰
사진|CJ ENM

함께 작업해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만의 특징에 대해선 ”일본 감독님이니까 시나리오 자체가 정말 정교하고 빈틈 없을 거란 선입견에 좋지만 피곤하기도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외외로 정반대였다. 시놉시스보다 약간 구체화돼 있지만 여백이 많아 하루하루 찍어나가며 여백을 채워나가는 아주 특이한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얘기 듣는 걸 좋아하니 언제든 좋은 얘기가 있으면 해달라고 하셔서 촬영하고 편집본을 보고 얘기하고 몰랐던 걸 알려주면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 덧붙였다.

2019년 송강호 주연의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데 이어 올해도 경쟁부문에 진출해 배우로서 남우주연상에 욕심나지 않냐는 질문에 “전혀. 최고의 영화제에서 소개되고 국내 시상식이랑 달라서 워낙 적은 작품에 상이 수여돼 실려고 운이 따라야 한다”며 “상받기 위해 연기하고 연출하는 배우와 감독은 이 세상에 단 한사람도 존재할 수 없다. 그렇게 한다고 받을 수 없기에 열심히 잘 하다보면 영화제에 초청도 받고 수상하게 되는 것이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지만 수상 못한다고 실패작은 말이 안된다. 2007년 ’밀양‘ 때부터 그런 생각으로 오진 않았다”고 분명히 했다.

배우 이정재가 첫 연출작 ‘헌트’로 올해 칸 영화제에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것과 관련, 연출에 대한 계획을 묻자 “능력도 안되고 배우 하기도 부족하고 너무 벅차다”며 “이정재야 워낙 다재다능한 친구라 정말 잘 된 것 같다. 늘 노력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친구라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중후한 남성미가 돋보인다고 하자 “강동원하고 붙으려면 이 정도 노력을 안하면 안된다. 우 동원 좌 아이유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며 “세계적인 칸 영화제에 와서 한국 영화배우로서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데 후배들 보는 데서 당당한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며 껄껄 웃었다.

한편 ‘브로커’는 오는 6월8일 국내 개봉예정이다.

hjch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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