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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토론토와 LA 에인절스 경기를 현지 생중계한 밸리스포츠 화면. 40차례 이상 선발 등판한 투수 중 류현진이 역대 평균자책점 1위에 자리하고 있다. 캡처 | MLB TV.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최전성기 모습이 아닌 것은 맞다. 구위가 그렇다. 포심 평균구속이 떨어졌고 최고 구속도 90마일 정도에서 형성된다. 90마일에 조금 미치지 못했던 커터의 구속도 80마일 중반대로 떨어졌다. 그래도 선발투수로서 자신의 임무를 다한다. 여전히 아시아투수 평균자책점 1위는 토론토 선발투수 류현진(35)이다.

한일 빅뱅대전에서 이를 증명했다. 류현진은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원정경기에서 5이닝 2실점했다. 65개의 공을 던지며 6안타 1볼넷 1탈삼진을 기록했고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후 토론토는 끝까지 리드를 지키며 승리를 완성했다. 류현진은 시즌 2승째를 거뒀고 평균자책점을 6.00에서 5.48로 낮췄다.

여러모로 관심이 집중된 경기였다. 에인절스 MVP 오타니 쇼헤이가 선발투수겸 3번 타자로 나섰다. 에인절스 구단 담당 중계진도 류현진과 오타니의 대결에 집중하며 ‘한일 맞대결’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대 아시아투수 평균자책점을 보여줬다. 이날 경기전까지 40차례 이상 선발 등판한 아시아투수 평균자책점 순위에서 류현진은 3.25로 1위. 오타니는 3.41로 2위에 자리했다. 상위 6위 중 1위에 오른 류현진만 한국 투수, 나머지 5명은 모두 일본 투수였다.

이날 경기 결과와 과정도 그랬다. 류현진이 2점만 허용한 채 마운드에서 내려간 반면 오타니는 6이닝 5실점했다. 탈삼진 10개를 잡았지만 홈런 2개를 허용했고 실점 위기에서도 3점을 빼앗겼다. 구위에서는 오타니가 류현진보다 우위를 점했지만 투수의 기량은 구위 하나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

이날 류현진과 오타니의 차이는 커맨드와 볼배합이었다. 둘다 정교한 커맨드를 펼쳤으나 커맨드의 꾸준함, 볼배합의 노련함에서 류현진이 앞섰다. 경기에 앞서 에인절스 조 매든 감독이 “류현진은 디셉션이 좋고 타이밍 싸움을 잘한다.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라는 평가를 고스란히 펼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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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선발투수 류현진이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애너하임 | AP연합뉴스

테마는 커브였다. 류현진은 포심과 체인지업 사이, 커터와 체인지업 사이로 꾸준히 커브를 넣었다. 가장 느리고 궤적이 큰 공을 심어놓으며 에인절스 타자들의 시선과 타이밍을 흔들었다. 1회 오타니와 승부에서 커브가 볼 하나 차이로 볼판정을 받고 볼넷을 허용했으나 커브를 포기하지 않고 구사했다.

3회에 전략을 재차 바꾼 것도 주효했다. 토론토 타선이 3회초까지 4점을 뽑아 4-0으로 앞서자 류현진은 3회말 포심과 커터, 속구 위주로 타자를 상대했다. 4점 리드한 만큼 여유있게 경기를 운영하려 했는데 에인절스 타자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2점을 허용했으나 이후 다시 커브와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섞었다. 실점 후 보다 정교한 로케이션을 이루며 상황에 따른 투구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마지막 이닝이 된 5회말에는 상위타순을 셧아웃시켰다. 1번 타자 렌히포를 커브 후 포심으로 중견수 플라이, 트라웃은 바깥쪽 체인지업 후 몸쪽 커터로 1루 플라이 처리했다. 오타니와 승부로 이날 경기 마지막을 장식했는데 체인지업으로 오타니를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반면 오타니는 커맨드 미스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1회 첫 타자 스프링어와 대결부터 존에서 크게 벗어난 공이 나오더니 시작부터 솔로포를 허용했다. 3회 실점 과정에서도 스프링어에게 던진 높은 커터, 비셋에게 던진 가운데 실투성 슬라이더가 있었다. 6회에는 게레로 주니어에게 연달아 커브를 던졌다가 솔로포를 맞았다. 전반적인 커맨드는 뛰어났지만 실투 몇 개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메이저리그가 세계 최고 무대인 이유다. 오타니는 타석에서는 2타수 무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류현진과 세 번의 대결에서 안타는 없었고 두 번째 대결이었던 3회 땅볼로 3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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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가 27일(한국시간) 토론토와 홈경기에서 토론토 보 비셋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은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애너하임 | AP연합뉴스

이날 승리로 류현진은 에인절스전 맹활약을 이어갔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에인절스전에 나섰고 에인절스 타선도 당시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승리였다. 류현진은 통산 에인절스전 5경기 3승 0패 평균자책점 1.38을 기록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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