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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한치의 예상도 빗나가지 않았다.

관람 전에도, 관람 중에도, 관람 후에도 영화 ‘안녕하세요’(감독 차봉주)는 예상 가능한 한국형 신파물이었다.

김환희가 연기한 고등학생 수미부터 주요 등장인물의 서사 모두 어디서 본 듯 뻔한 흐름을 갖고 추동력을 잃는다. 잠시 졸아도 영화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신파’답게 마지막 순간 눈물 한방울 흘릴 수 있으니 감수성 풍부한 이는 손수건을 준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속도’와 ‘자극’에 익숙한 요즘 시대에 성공을 거두기 쉽지 않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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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희, 다시 증명한 연기천재

‘안녕하세요’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7), ‘반창꼬’(2012) 제작진의 신작으로, 차봉주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외로운 세상 속에서 죽음을 결심한 열아홉 수미(김환희)가 ‘죽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수간호사 서진(유선)의 제안에 따라 늘봄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간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유쾌함과 따뜻함이 수미를 반기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가는 그들에게 점차 스며들며 세상의 온기를 배워가는 따뜻한 성장통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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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2016)으로 연기 천재라 불린 김환희가 ‘여중생A’(2018) 이후 4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극의 주연으로서 전반부부터 감정선을 켜켜히 쌓아올려 마지막 한순간에 터트려야하는 난이도 높은 역할이었음에도 무리없이 해냈다. ‘곡성’에서의 강렬한 연기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자신을 증명해냈다.

김환희는 지난 19일 열린 ‘안녕하세요’ 기자간담회에서 “수미라는 캐릭터가 감정선이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위로 올라가는 폭이 넓은 아이다. 이걸 얼마나 자연스럽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이 들었다. 근데 저는 도전 욕구가 있고 고민거리가 많은 것을 좋아한다”고 수미 역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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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유선

배우 유선은 자신의 장점인 눈빛 연기로 극의 분위기를 따스하게 조성한다. 유선이 아니면 누가 이 역에 적격일지 쉽게 떠올릴 수 없다. 유선만이 갖는 따뜻한 목소리 톤도 역할을 적격으로 만들어준다.

가장 이상적인 캐릭터로 보이는 헌신적인 호스피스 병원 수간호사 서진은 사실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유선은 그런 서진의 일할 때 평범한 모습과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면모를 안정적으로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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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전개 불구, 관록의 이순재가 해결사

영화는 사실상 ‘안녕하세요’ 이 한마디의 울림을 위해 2시간 동안 달려간다. 이야기의 추동력이 부족해 달려가기보단 우당탕탕 이것저것 보여주다가 마지막 순간 관록의 배우 이순재에 기댄다.

무엇을 말하려는지 다소 산만한 그 순간에 구세주처럼 이순재가 등장한다. 그가 연기한 인수의 결말이 예상 가능하지만, 막상 화면으로 접하면 눈물샘을 자극한다. 오롯이 67년 연기 인생 이순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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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메시지, 주·조연 배우 호연만 남아

어설픈 전개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메시지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조폭 영화가 즐비한 한국 상업영화에서 ‘안녕하세요’는 우리가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삶과 죽음은 결국 맞닿아 있음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삶의 무게가 버거워 ‘죽는 법’을 알고 싶어 하던 수미가 죽음과 가까이 있는 호스피스 병동 사람들을 만나면서 주어진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과정을 뻔하지만 소소하게 그려내 죽음을 앞둔 이들의 하루를 무겁지 않게 보여줬다.

차봉주 감독은 영화 속 메시지에 대해 “영화 현장에서 일한지 16년째다. 언제올지 모르는 데뷔의 순간을 대비해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써왔다. 제가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을 때 웃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열심히 가치있게 소중히 살아야겠더라. 이를 위해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같이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목의 의미를 유심히 보고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되는 ‘안녕하세요’라는 의미에 김환희는 “‘안녕하세요’는 관객분들께 던지는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흔히 ‘안녕하세요’라는 말로 시작해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안녕이라는 말로 내뱉는다. 근데 저는 여러분의 삶이 ‘안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말을 했다”고 답했다.

주연 세 사람뿐만 아니라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 송재림, 박현숙, 이윤지, 오동만, 윤주민, 차건우 모두 제 역할에 충실히 과하지 않는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25일 개봉, 117분, 12세 관람가.

et16@sportsseoul.com

사진 | (주)디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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