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시즌 13세이브 따낸 KIA 정해영
KIA 정해영(오른쪽)이 2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삼성과의 경기 9회말 등판해 승리를 지켜낸 뒤 포수 박동원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구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어느새 승패마진 플러스 5다. 외국인 투수 션 놀린의 종아리 파열 소식은 충격이지만, 든든한 안방마님이 있어 버틸 만하다. KIA의 가을야구 꿈이 무르익고 있다.

지난달 25일 포수 박동원(32)을 품에 안은 KIA는 5월 승률 1위(0.714·15승 6패)를 질주 중이다. KIA 김종국 감독은 “박동원이 우리 투수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 2주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이 지나면 팀이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3주간 KIA의 행보를 보면 김 감독의 예상보다 빨리 팀에 녹아들었다.

개막 한 달이 지나면 투타 모두 체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4월에 비해 특히 수비 지표가 하락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KIA 투수들은 평균자책점 3.66으로 2위에 올라있다. 예상보다 훨씬 안정적인 마운드를 구축했다. 그 배경에 ‘참치의 직진성’이 녹아있어 눈길을 끈다.

박동원
KIA 박동원. 대구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알려졌다시피 박동원은 투수와 대화를 많이 한다. 경기전 설정한 게임플랜에 오류가 보이면 그 자리에서 수정한다. 타자의 노림수를 읽는 능력도 좋고, 투수의 가장 좋은 구종을 빠르게 파악하는 감각도 좋다. 특히 젊은 투수에게는 “오늘은 속구가 좋으니 맞더라도 속구로 맞자”는 식으로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정공법이 통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직설적이고 적극적인 포수의 소통 노력은 투수에게 신뢰를 준다.

실제로 박동원과 호흡을 맞춰 평균자책점 2.00으로 순항 중인 이의리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리드해주셔서 마운드 위에서 고개를 흔드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포수를 가리지 않는다”던 양현종조차 “동원이는 고수”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박동원은 “투수의 심리를 살피는 게 가장 우선이다. 내가 느낀 것을 말로 전달했을 때 싫어하는 투수도 분명 있다. 나름의 루틴도 있고 투구 철학이 있는데, 포수가 이래라저래라 하면 듣기 싫은 게 당연하다. 이런 투수에게는 내 의견을 얘기하지 않는다. 굳이 투수의 기분을 상하게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을 받다보면 ‘이 공은 알고도 못치겠는데’ 싶을 때가 있다. 구위나 볼 움직임으로 판단할 때도 있고 타자의 움직임이나 컨디션, 스윙궤도로 판단할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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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박동원이 지난 1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이의리의 공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역대 최고 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박경완 아시안게임야구대표팀 배터리 코치는 “포수석에 앉으면 온몸의 감각을 총동원해 구장 데이터를 읽어내야만 한다. 투수와 타자의 컨디션은 물론 바람, 습도 등도 경기에 영향을 끼친다. 경험으로 얻어지는 게 있고, 타고나야 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 육감을 총동원해 경기를 치러도 승패가 갈리는 것이 야구다. 포수는 패한 경기에서도 ‘투수가 나 때문에 졌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이끄는 포지션”이라고 강조했다.

매 경기, 순간순간 투수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박동원의 직설화법은 ‘패하면 내(포수)책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보인다. 참치의 직진성이 호랑이 마운드를 춤추게 하는 힘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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