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재훈은 마산 용마고 졸업반이던 2008년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으로 시카고컵스에 입단했다. 이학주(롯데) 이대은(전 KT) 등과 컵스 동기다. 당시 하재훈의 미국행을 견인한 사람이 롯데 성민규 단장이다.
투수로도 재능을 가졌지만, 외야 수비 능력을 인정 받아 야수로 집중 육성됐다. 발도 빠르고 펀치력도 있어 성장세가 뚜렷했다. 예기치 못한 손목 부상으로 투수로 전향해서도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던져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잘 풀렸다면,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등장하기 전에 투타겸업을 했을 수도 있다.
2019년 신인 2차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6순위로 SK(현 SSG) 지명을 받은 하재훈은 투수로 출발했다. 불펜이 헐거운 팀 사정을 고려해 구단의 끈질긴 설득이 이어졌다. 데뷔시즌 마무리를 꿰차 61경기에서 59이닝을 던졌고, 5승 3패 3홀드 36세이브 평균자책점 1.98로 구원왕에 올랐다. 홈런은 딱 한 개 맞았고, 삼진 64개를 솎아냈다. 시속 150㎞짜리 강속구에 슬라이더 하나면 충분했다. 다만 KBO리그 입성 전까지 주로 야수로 뛰었던 탓에 풀타임 투수가 될 준비가 안됐다. 송구하듯 투구했고, 몸에 이상이 왔다.
|
야수로 1군에 등록한 지난 17일 잠실 두산전에서 안타와 타점을 기록하더니 24일 홈에서 치른 롯데전에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우타자가 좀처럼 넘기기 힘들다는 우중간 스탠드에 타구를 꽂았다. 그는 “롯데 선발 찰리 반즈는 투심 체인지업 등을 많이 쓰는 투수다. 히팅 포인트를 높게 설정했는데, 구종 가치를 살리려면 높은 코스로 한 개는 던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공을 놓치지 않은 게 홈런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몸은 적응하는 과정이지만, 잠재의식 속에 남아있는 타자로서의 감각은 이미 회복한 인상이다. 조요한의 폭투 3개가 아니었다면, 하재훈의 데뷔 첫 홈런은 결승타가 될 뻔했다.
|
SSG가 장타력이 있는 외야수 한 명을 또 얻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