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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하재훈(오른쪽)이 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홈경기에서 데뷔 첫 홈런을 때려낸 뒤 조동화 코치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 | SSG 랜더스

[스포츠서울 | 문학=장강훈기자] “에이, 저는 그래(그렇게) 짧게 안칩니다. 훌쩍 넘가뿌지(넘겨버리지).”

너스레인줄 알았다. 훌쩍까지는 아니지만, 약속을 지켰다. 2019년 세이브왕(36세이브)을 따낸 뒤 올해 야수로 돌아온 하재훈(32·SSG) 얘기다.

하재훈은 24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정규시즌 홈경기에 7번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장했다. 지난 19일 잠실 두산전에서 1군 등록과 함께 좌익수로 선발출장한 이후 닷새 만에 다시 선발출장 기회를 얻었다. 타자로 KBO리그 1군 데뷔 무대였던 이날 3루수 옆을 스치는 좌전안타로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날 타점까지 추가해 ‘경험만 쌓으면’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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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하재훈(오른쪽)이 24일 문학 롯데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때려내고 득점하자 후속 타자들이 축하하고 있다. 사진제공 | SSG 랜더스

대타와 대수비로 1군 경험(?)을 쌓은 하재훈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도 누구보다 열심히 땀을 흘렸다. 지난 1월 이른바 ‘최형우 캠프’에서 만났을 때보다 군살이 많이 빠져 보였다. 그는 “더 잘생겨지려고 살을 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투수가 쓰는 근육과 야수가 쓰는 근육은 다르다. 몸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투수로 입단해 세 시즌을 뛰었기 때문에 스윙에 적합한 몸을 만들어야 했다. 순간적으로 방향전환도 해야 하고, 포구를 위한 스텝과 송구를 위한 스텝이 다르니 순발력 훈련도 해야 했다.

시즌을 통째로 2군에서 보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들렸는데, 개막 47일 만에 1군에 올라와 타격과 수비를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집념의 승리다. 데뷔 첫 안타 축하 인사를 건네자 “더 많이 쳐야 한다. 이제 시작”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일본 독립리그까지 고려해도 2018년 이후 4년 만의 야수 복귀라 KBO리그 1군 무대가 녹록지만은 않다. 그래도 자신감 하나로 버티다 보면 잃었던 타격감을 되찾을 것이라는 신념으로 묵묵히 배트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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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하재훈이 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때려내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자축하고 있다. 동료들은 ‘무관심 세리머니’로 대축하했다. 사진제공 | SSG 랜더스

첫 안타를 뽑아냈으니 문학구장 좌측 불펜 위를 덮은 광고 현수막 위에 타구 하나를 보내라고 덕담했다. 하재훈은 “넘기려면 관중석까지는 보내야 한다. 성격상 살짝 넘어가는 타구는 안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더그아웃을 웃음바다로 만든 뒤 들어선 3회말 첫 타석. 선두타자로 나선 하재훈은 롯데 선발 찰리 반즈가 던진 바깥쪽 높은 속구(시속 144㎞)를 찍어 우중간 펜스를 살짝 넘기는 비거리 120m짜리 데뷔 홈런을 때려냈다. 프로레벨에서는 2014년 아이오와 컵스(트리플A) 이후 독립리그까지 포함하면 2018년 도쿠시마 인디고삭스 시절 이후 첫 홈런이다.

반즈가 던진 속구에 연신 헛스윙해 1볼 2스트라이크로 카운트가 몰렸는데도 자기 스윙을 했다. 야수에서 처음 투수로 전향했을 때 시속 150㎞를 웃도는 속구에 분당 회전수가 2500rpm을 상회해 메이저리그 관계자를 깜짝 놀라게 한 ‘타고난 힘’이 이날 타석에서 폭발했다. 더그아웃에 있던 동료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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