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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태진이 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전에 앞서 인터뷰에 응했다. 고척 | 김동영기자 raining99@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고척=김동영기자] “할머니, 하늘에서 보고 계시죠?”

김태진(27)이 KIA에서 키움으로 건너온 후 ‘복덩이’가 되고 있다.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답게 요소요소에 투입되어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잘 데려왔다는 평가가 절로 나온다. 김태진도 숨겼던 이야기를 꺼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지켜봐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김태진은 지난 2014년 NC에 입단한 뒤 2020년 8월 KIA로 트레이드 됐다. 그리고 지난 4월25일 키움의 버건디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키움이 포수 박동원을 KIA로 보내면서 김태진과 신인 2라운드 지명권, 현금 10억원을 받았다.

올 시즌 KIA에서는 자리가 없었다. 7경기 출전에 타석은 딱 4타석 소화했다. 대주자-대수비 역할이었다. 부상자 명단에도 한 차례 들었다. 그러나 키움에 온 이후에는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출전하기 시작했고, 17경기에서 타율 0.286, 3타점 3볼넷을 기록중이다.

공격도 쏠쏠하지만, 수비에서 더 가치가 있다. 김웅빈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공백이 생긴 1루 자리를 꿰찼다. 전형적인 1루수 스타일은 아니지만,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홍원기 감독은 “광주에서 1루 수비 하는 것을 봤다. 적응에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고 짚었다.

5월 중순부터는 외야로 뛴다. 좌익수로 주로 나가면서 중견수 출전도 있다. 견갑골 미세골절로 이탈한 이용규의 빈자리를 메우는 중이다. 이용규가 타율 0.182, OPS 0.496으로 부진했다. 김태진이 대신 출전하면서 기록상으로는 업그레이드 된 셈이다. 사실 주포지션은 2루지만, 어디 내놔도 자기 몫을 해주는 선수다.

정작 김태진은 손사래부터 쳤다. “2루가 가장 편한 것은 맞다. 특정 포지션에 고정되는 것이 좋기는 하다. 그러나 나는 현재 내 자리가 없다. 완전히 주전도 아니다. 내가 팀에 맞춰야 한다. 오히려 여러 포지션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감독님께서 나를 쓰시기에도 용이하지 않겠나. 경기를 많이 뛸 수 있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야구는 끝날때까지 안끝난겨!\' 김태진[포토]
키움 김태진이 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9회말 1타점 2루타를 때린 후 환호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이어 “지금 나는 (이)용규 선배님이 빠진 자리를 메워야 한다. 용규 선배님만큼은 못해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는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해오신 것이 있지 않나. 그 커리어에 부족하지 않도록 뒷받침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KIA에 있을 때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코치님들께서 ‘언젠가 기회가 온다’고 계속 말씀을 하셨다. 나도 믿고 있었다. 트레이드가 되면서 키움으로 왔다. 계속 경기에 나가고 있다. 트레이드 됐을 때 KIA 코치님들이 ‘준비 잘해왔으니까 다치지 말고,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면 된다’며 격려해주셨다”며 웃었다.

다른 이야기도 꺼냈다. 할머니 이야기였다. “최근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대전 현충원에 모셨다. 가족들이 나 신경 쓴다고 말을 하지 않았다. 뒤늦게 알았다. 늦기는 했어도 할머니를 뵙고 오려고 광주에 있다가 대전으로 출발했다. 그때 허리 부상으로 힘들 때였다. 대전 거의 다 도착했는데 갑자기 구단에서 전화가 오더라. 트레이드였다”고 말했다.

이어 “정작 할머니는 뵙지도 못하고 바로 차를 돌려서 광주로 내려왔다. 어머니께서 급하게 내려오셔서 이사를 도와주셨다. 뭔가 급박하게 진행이 됐다. 할머니를 뵈러 가는 길에 그렇게 됐다. 할머니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그래도 하늘에서 보고 계시지 않을까 싶다. 도와주시는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정작 키움에 와서는 할머니를 찾아뵙지 못하고 있다. 바빠졌다. 거의 매일 경기를 나가고, 원정을 다니니 시간이 없을 수밖에 없다. 김태진은 “죄송하다”고 했다. 한편으로 보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시간이 많이 남는 것보다는 낫다. 하늘에서 흐뭇하게 지켜보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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