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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창진이 19일 사직 롯데전에서 9회초 솔로 홈런을 쏘아 올린뒤 타이거마스트를 쓰고 축하 받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스포츠서울 | 광주=장강훈기자] “단장님 조언이 피부로 와닿더라고요.”

KIA ‘초보 사령탑’ 김종국 감독은 요즘 팀을 끌어가야 하는 무게감을 체감하고 있다. KIA는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3연전을 접전 끝에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승률 5할에 플러스 2승(21승 19패)으로 3위 삼성과 1경기 차 6위까지 올라왔다. 특히 19일 경기는 에이스 양현종이 개인통산 150승을 따내는 진기록을 세워 기쁨이 두 배였다.

2시간 45분 만에 경기를 끝내고 광주로 이동한 김 감독은 20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전을 앞두고 “승리의 기쁨은 경기 직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할 때까지인 것 같다”며 “광주로 돌아오는 길에 ‘내일 경기는 어떻게 치러야 하나’를 생각하느라 승리의 기쁨을 누릴 새가 없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장정석 단장께서 ‘감독은 연승을 달리고 있어도 다음 경기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편할 날이 없다’고 조언하셨는데, 피부로 와 닿더라”고 말했다.

연승하면 연승하는대로 과부하게 걸린 불펜 필승조의 피로도를 고려해 마운드 운용 구상을 세워야 한다. 연패 때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서너시간은 쏜살처럼 지나간다. 감독 데뷔 40경기를 치른 김 감독도 이 고민에 빠졌다.

망토
KIA 양현종이 19일 사직 롯데전에서 개인통산 150승을 달성한 뒤 호랑이 망토를 두르고 구장을 빠져나가기 전 이른바 ‘BGM을 고르고 있다. 사진출처 | 갸TV 캡처

KIA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자 팬이 구장으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전날 경기는 사직에서 치렀는데도 수백 명의 팬이 몰려들어 주중 3연전 최초로 1만 관중을 돌파(1만 387명)했다. 선수들도 덩달아 신난다. 홈런을 치면 타이거 마스크를 쓰는 세리머니를 하고, 선수들이 뽑은 수훈선수는 구장 밖으로 나가는 길에 호랑이 망토를 두르고 팬 서비스를 한다.

김 감독은 “코로나19로 팬과 거리감이 생긴 게 사실”이라며 “2년간 팬 없이 야구하다보니 소중함을 느꼈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사인도 하고, 세리머니를 하면서 팬 곁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더 가까이 다가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감독도 팬 서비스에 동참하는 게 어떨까. 기막힌 용병술로 승리를 끌어낸 날은 감독이 퇴근길에 망토를 두르는 것도 색다른 볼거리가 될 수 있다. 김 감독은 “다음 경기 구상을 해야하므로 나는 좀 빼달라. 대신 멋진 경기로 보답하겠다”며 껄껄 웃었다. 경기의 주인공은 선수여야 한다는 김 감독의 철학이 묻어난 손사래였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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