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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광주=장강훈기자] 체인지업은 투수를 춤추게 한다. 특히 잠수함 투수들은 좌타자 약점을 상쇄할 수 있는 비기(秘器)다.
역대 최다승 3위이자 잠수함 투수 최다승(152승)인 KT 이강철 감독은 “사이드암 계열 투수들이 체인지업을 장착하면서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좋은 투구를 한다. 최근에는 KBO리그에서 사이드암 투수가 득세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KT가 경기를 치른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는 옆구리 투수들이 2연속경기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지난 10일에는 KIA 임기영이 21연속타자 비출루 행진을 하는 등 7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했다. 체인지업을 첫 번째 구종으로 전진배치한 게 ‘신의 한 수’였다. 11일에는 KT 엄상백이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앞세워 6연승 휘파람을 불던 KIA 타선을 적절히 막아냈다. 타선이 5이닝 만에 10점을 뽑아줘 긴장감이 떨어진 탓에 6회를 채우지 못했지만, 구위를 극대화하려면 체인지업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과제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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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시절 명품 백도어 커브로 시대를 풍미한 이 감독은 “나는 체인지업을 던지려고 해도 잘 안되더라. 체인지업을 마음먹은 대로 던질 수 있었다면, 아마 몇 년 더 선수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국내 잠수함 투수 중 체인지업을 가장 먼저 던진 투수가 조웅천(현 SSG 투수코치)”이라며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체인지업을 배워 자기 것으로 만들더니, 프리에이전트(FA)를 두 번이나 했다. 은퇴를 고민하다가 홀드왕(2000년, 16개) 구원왕(2003년, 30세이브)까지 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고 돌아봤다.
사이드암 계열은 옆으로 던지기 때문에 좌타자에게 약점을 갖고 있다. 좌타자 몸쪽으로 볼이 다가오기 때문에 볼 궤적이 잘보이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그래서 잠수함 투수는 싱커를 많이 던졌다. 바깥쪽(좌타자 기준) 싱커는 도망가는 궤적이라 그나마 승부할 수 있는 구종으로 꼽혔다. 그래도 속구 계열이라 가운데로 몰릴 확률이 높아 장타 부담이 컸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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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업은 속구와 구속차가 크고 싱커보다 더 떨어진다. 슬라이더나 커브 등을 섞어 몸쪽에서 더 몸쪽으로 날아드는 공을 던지면, 타자로서는 코스 노림수를 두기 어렵다. 자신의 몸을 향해 날아드는 듯하다가 몸쪽 보더라인으로 휘며 떨어지니 스윙을 참아내기도 쉽지 않다.
비단 잠수함 투수에게만 유용한 구종은 아니다. 메이저리그(MLB) 토론토에서 선발 복귀전을 앞둔 류현진은 세계적인 체인지업 투수다. MLB를 경험하고 돌아온 KIA 양현종, SSG 김광현 등도 체인지업 장착을 필수로 여긴다. 모든 타자는 바깥쪽 낮은 공을 가장 까다로워하는데, 속구-슬라이더 두 피치로는 운신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잠수함 투수의 전성시대, 체인지업 열풍과 맞닿아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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