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두산 김태형 감독, 600승 달성
두산 김태형 감독이 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LG와 경기 후 김태룡 단장에 600승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서로 상대를 해보면 아는 게 있다. 절대 우리 팀은 얕보이지 않게 만들려고 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또하나의 금자탑을 쌓은 소감을 전했다. 김 감독은 늘 그랬던 것처럼 유머와 냉철함을 두루 섞으며 2015년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봤다.

두산은 4일 잠실 LG전에서 5-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김태형 감독은 KBO리그 역대 11번째 600승을 달성했다. 1032경기 만에 600번째 승리를 챙기며 역대 최소 경기 2위에 올랐다. 단일팀 600승으로는 최소 경기 1위다.

그만큼 승승장구했다. 2015년 사령탑 부임 첫 해부터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고, 이듬해에는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매년 포스트시즌 진출을 넘어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항상 우승권에 자리하며 두산 황금시대를 열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거의 매년 주축 선수들이 프리에이전트(FA) 계약으로 이탈했다. 2015년과 현재 멤버를 비교해도 김현수, 양의지, 민병헌, 최주환, 오재일, 박건우, 이용찬 등이 두산을 떠나 타팀에서 주축 선수로 활약 중이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경기 중 냉철한 판단력과 더불어 한 시즌을 치르는 데 있어 필요한 넓은 시야까지 두루 발휘해 지금 시대 최고 명장이 됐다. 다음은 4일 경기후 김 감독과 일문일답.

-600승 소감부터 부탁드린다.

기록에 남은 일을 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온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생각이 많이 난다. 다 고맙다. 함께 600승을 했다고 생각한다.

-한 팀에서 이뤄낸 600승이라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기분이 좋다. 한 팀에서 계속 하다보니까 기록이 따라왔다고 생각한다. 위기가 많았지만 계속 성적을 냈다. 계속 한국시리즈에 가면서 이렇게 한 팀에서 기록도 세울 수 있었다.

-600승까지 오는 특별한 비결이 있나.

승리하려면 선수들의 기량이 어느정도 있어야 한다. 승리할 수 있는 선수들에 대한 기준을 어느 정도 세웠다. 좀 부족한 선수는 닥달도 했다. 단체 훈련을 많이 시키지는 않았으나 훈련이 필요한 선수들은 코치들과 개인 훈련도 많이 했다. 나는 칭찬에 인색한 편이다. 코치들에게도 때로는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

-선수들을 이끌고 팀을 운영하는 데 있어 세운 원칙이 있다면?

칭찬만 하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팀이 강해지려면 팀 속에 선수가 흡수되어야 한다. 그리고 감독은 개인 감정을 없애야 한다. 그라운드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타자가 빗맞거나 못치고 나서 고개 숙인 채 들어오는 것이다. 그런 것은 절대 용납 못했다. 그러면 팀 자체가 약해진다. 그라운드에서 상대를 해보면 아는 게 있다. ‘저 팀은 절대 안 되겠구나’ 혹은 ‘저 팀은 많이 달라졌다. 쉽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절대 우리 팀은 얕보이지 않게 만들려고 했다.

-600승으로 역대 감독 승리 순위 11위 안에 올랐다. 김영덕, 김응용, 김성근 감독등 거장들 속에 이름이 포함됐다.

사실 감독이 되기 전에는 감독의 마음을 몰랐다. 앞에 선배 감독님들께서 많이 힘드셨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산은 리빌딩 시즌이 없다. 그냥 리빌딩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리빌딩은 말이 안 된다고 본다. 그냥 운영을 하다보면 고참들은 나이가 먹고 기량이 떨어질 때가 있다. 그러면 어린 선수를 쓰는 것이다. 나이가 마흔이라고 해도 잘 하면 계속 쓴다.

-처음 감독을 맡았던 2015년과 지금 야구를 비교하면 어떤가.

야구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실패에 대한 비난도 점점 더 강하다. 이런 부분에서는 옛날 감독님들이 부럽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 말도 안 되는 일로 비난을 받는다.

-주축 선수들이 이탈하면서 객관적인 전력은 약해지고 있다. 최강 전력을 자랑했던 2016년이 그립지 않나?

사실 2016년 시범경기를 하면서 이 팀이면 상대를 얼마든지 누를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초반부터 상대의 기를 죽이는 운영을 했다. 타선도 강하고 선발도 강했기 때문에 시작부터 상대를 누를 수 있었다. 불펜진에는 마무리투수 하나 있었으나 초반부터 점수차를 만들고 어떻게 중간을 투입한 뒤 마무리투수로 승리했다. 나도 모르게 옛날 얘기를 길게 했는데 이런 얘기를 하면 뭐하나 싶기도 하다.(웃음)

-시간이 흐르면서 젊은 선수들의 성격과 지도법도 많이 바뀌었다.

옛날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래도 어느정도 푸시는 줄 필요가 있다. 이제는 선수들이 영상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연구를 한다. 그래서 코치들이 더 힘들다. 코치들이 선수를 이해시키려면 유튜브를 이겨야 한다. 타격은 돈이다. 돈을 버는 일인데 타격코치를 믿지 않으면 선수가 따라올 수 없다. 그래서 함께 고생해준 코치들에게 더 고맙다.

-600승 하면서 가장 생각나는 선수는?

초반에 멤버 좋았을 때가 생각이 난다. 2015, 2016년 야수들, 그리고 니퍼트나 린드블럼과 같은 에이스 외국인투수들도 기억이 난다.

-1000승은 언제쯤 할 것 같은가?

앞으로 1000승 감독이 나오겠나 싶다. 앞으로 600승 감독도 다시 나오기 힘들 것 같다. 점점 감독이 롱런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우승해도 이후 2년 성적 안나오면 나가는 게 요즘 야구다.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김응용, 김성근 감독처럼 오랫동안 감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나?

모르겠다. 요즘 감독을 하는 게 행복한지 잘 모르겠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내 개인의 행복이 무엇인지 모를 때가 있다. 확실히 답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분들께 한 마디 한다면?

가족들에게 고맙다. 감독하면서 늘 뒷바라지 해주는 집사람에게 고맙다. 지금 아들은 군대 가 있고 집에서 아내, 강아지 두 마리와 잘 살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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