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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래, 소나무. 제공|갤러러BK

[스포츠서울|김효원기자] 소나무는 우리 민족에게 아주 특별한 나무다. 다른 그 어떤 나무가 흉내내기 어려운 아우라가 담겨있다. 조선시대 소나무는 절개의 상징으로 선비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길래 작가는 동파이프를 얇게 썰어 용접으로 이어붙여 소나무를 조각한다. 오랜 시간 우리 민족의 정신을 상징해온 바로 그 소나무다.

소나무 조각가 이길래 작가가 최근 조금 달라진 작업 세계를 선보이는 개인전 ‘Re-Vitality’전을 서울 용산구 갤러리BK에서 오는 4월 7일까지 연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차갑지만 구리는 따뜻하다. 다양한 형태로 변형시킬 수 있다. 구리는 그런 면에서 다른 금속들보다 훨씬 인간적이다.”

이길래 작가의 손끝에서 동파이프는 오랜 세월을 견디고 견딘 노송으로 다시 태어난다. 노송은 단순한 노송이 아니다. 하늘과 땅,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순환적 구조를 환기시킨다. 작가는 자신의 영원한 스승인 자연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죽지 않는 소나무를 만들어 이 땅 위에 식수(植樹)해 나가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갤러리BK 최민지 디렉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조화롭게 합하여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끊임없는 연마질을 통해 숨이 없는 곳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조각가 이길래야말로 현 시대에 존재하는 진정한 연금술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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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래 전시 일부. 제공|갤러리BK

최근 작업에는 새로운 시도가 눈길을 끈다. 합판, 장지, 커피가루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회화적인 분위기를 내는 부조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미술평론가 박천남은 “철필 드로잉은 마치 수행과도 같은 특유의 과정이자 결과다. 입체 작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그의 호흡을 색다르게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용접 토치로 동을 끊어내고 녹여내어 이어나가듯 철필로 찍어 내듯 새겨 나간 행위의 반복과 집적물로 용접 배설물처럼 철필이 밀어낸 지지체 장지의 속살이 눈길을 끈다. 최근에는 장지와 함께 합판, 커피가루 등 다양한 지지체와 재료를 선택하여 그 호흡과 진폭을 넓혀 가고 있다. 회화적인 느낌을 주는 벽면 부조 작업과 철필 드로잉에서 공통적으로 읽히는 것은 옵티컬한, 리드미컬한 움직임으로, 일종의 작가 의식의 흐름이자 충만한 생명 기운, 무한한 우주질서의 반영”이라고 해석했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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