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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유격수 유망주 김세민.  제공 |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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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기 감독과 고교시절 김세민(왼쪽). 제공|김철기 감독

[스포츠서울 | 김민규기자]“아버지가 못 이룬 길, 내가 해내고 싶습니다.”

묵직한 울림이다. 전화기 너머로 들린 김세민(롯데·19)의 목소리에서 결연함이 느껴졌다. 부친이 다 이루지 못했던 길을 이어서 꼭 해내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묻어나왔다.

롯데의 차세대 ‘내야사령관’ 재목으로 평가받는 김세민은 스포츠서울과의 통화에서 “꼭 롯데에 오고 싶었는데 너무 좋다”고 짧게 소감을 밝힌 뒤 “아버지께서 롯데 입단하셨다가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그만두셨다. 아버지가 다 못 갔던 길을 이어 내가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 목표가 더 뚜렷해졌다”고 강조했다.

김세민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28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지난해 강릉고를 황금사자기 우승으로 이끈 유격수 특급 유망주다. 지난해 고교무대 타율은 0.329(76타수 25안타)에 OPS(출루율+장타율)는 0.942에 달한다. 김세민은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 넓은 수비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야말로 차세대 롯데 ‘내야사령관’으로 눈도장을 찍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김철기 강릉영동대 야구부 감독이다. 한때 롯데 투수로 선수생활을 하다 부상으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부친이 투수였는데 왜 유격수를 택했냐는 물음에 김세민은 “아버지가 투수를 엄청 반대하셨다. 그래서 매우 섭섭했다”고 회상하며 “그런데 지금은 투수를 했으면 롯데 오지 못했을 거 같다”고 방싯했다.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은 다 그렇다. 이미 겪어봤기에, 얼마나 힘든 길인지 알고 있어 그 길만은 걷게 하지 않고 싶은 마음이다. 부친의 반대로 야수를 선택한 김세민은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지 “운동을 하면서 첫 번째가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기
영동대 김철기 감독이 스포츠서울 제정 ‘2019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아마추어상을 수상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9. 12. 5.

김철기 감독은 아들 김세민을 지켜보며 “항상 불안감이 든다. 내가 해봤던 길이니 좀 더 신경쓰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잘해서 1군에 올라가 뛰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다치지 않고 (선수생활을)오래 했으면 좋겠다. 내가 못했으니 야구장 위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 아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해보고 싶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개구리가 멀리 뛰기 위해 움츠렸다가 뛰듯이 모든 행동에 책임감을 갖고 선수생활에 임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현재 김세민은 신인 캠프 일정을 소화하며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유격수에 욕심이 나지만 팀의 상황에 따라 어느 자리에서든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조금 더 안정된 수비와 정확한 송구를 위한 스텝 등을 훈련하며 점차 끌어 올리고 있다. 아직은 고쳐야 될 점도 많고 배워야할 것도 많아 주변 선배들에게 많이 배우는 중”이라며 “체력과 힘이 부족하다. 그래서 기본기 70%, 기술 등 훈련을 30% 정도 하고 있다”고 했다.

동기생 조세진 등과 더불어 김세민도 ‘신인왕’에 대한 욕심을 나타냈다. 롯데는 1992년 이후 30년간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한 해묵은 난제를 안고 있는데 그는 “솔직히 프로에 오면 제일 첫 목표가 신인왕이다. 당연히 욕심이 난다”며 “받으려면 그만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이 준비하고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외야펜스를 높이고 홈플레이트를 백스톱 쪽으로 밀어내는 등 ‘투수친화 구장’으로 변신 중인 사직구장에 대해 그는 “(변화가)투수를 위한 것이니 수비가 좀 더 중요할 거 같다. 올라가면 수비엔 자신 있다”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올해 등번호 14번을 받은 김세민. 그는 “가장 눈에 들어온 번호가 14번이다. 더 열심히 하고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면서 “가장 큰 목표는 다치지 않고 1군에 올라 선배들과 좋은 경기를 많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인왕 한번 도전해볼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드러내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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