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l of Fame Baseball
2022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데이비드 오티스. AP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긴장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지켜보던 ‘빅 파피’ 데이비드 오티스(47·전 보스턴)가 두손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옆에서 함께 지켜보던 옛동료 페드로 마르티네스(51)도 진한 포옹으로 진심어린 축하를 보냈다.

오티스는 26일(한국시간)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발표한 2022 메이저리그(ML)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투표 결과에서 394표 중 307표(77.9%)를 받아 75% 이상 득표 요건을 아슬아슬하게 충족했다. 올해 헌액된 유일한 선수다. 1997년 미네소타에서 데뷔해 2003년 보스턴으로 이적한 오티스는 2004년 뉴욕 양키스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3연패 후 4연승을 따내는 과정에 맹활약했다. 이른바 ‘밤비노의 저주’를 깨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견인한 ML 최고의 스타였다.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 커리어에 흠집이 생겼기 때문일까. 오티즈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는 소식을 접하는 순간 월드시리즈 우승만큼이나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ML 선수들에게 명예의 전당 헌액이 얼마나 큰 영예인지 ‘빅 파피’의 환호가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SS포토]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 협약식
지난 2014년 3월 열린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 건립 협약식에서 허남식 부산광역시장,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김종업 부회장, KBO 구본능 총재, 오규석 기장군수(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 중 현재 남아있는 인물은 오 군수 뿐이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답보 상태이던 KBO리그 명예의 전당 건립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2013년 명예의 전당을 기장군에 건립하기로 한지 9년 만이다. 건물을 지을 부지와 건설비용은 확보했지만, 연간 20억원 규모인 운영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표류 중이던 건립 사업은 부산광역시가 명예의 전당 건립 사업비 108억원을 투자하고 기장군이 부지와 운영비를 제공하는 형태로 지난해 연말 기장군 의회를 통과했다. 올해 상반기 중 KBO와 부산시, 기장군간 변경협약을 완료하면 착공할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류대환 사무총장은 “상반기 중에 명예의 전당 건립 일정을 확정하고 이에 맞춰 헌정위원회 구성 등 세부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라며 “좋은 분위기 속 협상 중이다. KBO 입장에서도 명예의 전당은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사업인만큼 최선을 다해 건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BO는 지난 25일 이사회(사장회의)에서 진행과정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르면 6월 내에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건립 시기를 확정한다는 게 기본 골자다. 올해가 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이기도 하고,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불혹에 접어든 KBO리그에 ‘존중과 명예’로 대표되는 명예의 전당 건립으로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부산시와 기장군 등 지방의회 구성이 바뀌면 없던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상반기 내 합의해 공사 완공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

이르면 2023년 착공해 2005년 개관을 목표로 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나왔다. 일단 첫 삽을 뜨는 게 우선이다. 착공 일정이 지지부진하면 명예의 전당 건립에 관심없는 10개구단 사장들이 어깃장을 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완공된 뒤에도 각 구단이 수익배분 등을 요구할 수도 있어, 건립뿐만 아니라 세밀하고도 구체적인 운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KBO가 일구회와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 프로야구선수협회, 야구기자회 등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모색해 자생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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