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KIA 최형우가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7번하고 싶다면 장난인 줄 안다니까요.”

KIA 최형우(39)는 김종국 감독 취임식에서 “6번 타순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나성범(33)을 영입했고, 황대인(26)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으니 중심에서 한발 물러나 뒷받침하겠다는 의중이었다.

파문이 컸다. 최형우의 이 발언은 KIA 타선의 쇄신이 기정사실화 되는 것처럼 비쳤다. KIA 김종국 감독은 나성범 입단식에서 “6번타자 최형우는 자기 생각”이라며 “최형우는 여전히 우리팀 중심타자”라고 못박았다. 관록과 실력을 모두 갖춘 베테랑 최형우가 타선 중심을 잡아줘야 나성범도 황대인도 부담을 내려놓고 뛸 수 있다는 메시지다. 따지고 보면 최형우만큼 확실한 클러치 타자가 없다. 나성범 홀로 타선을 끌어가기에는 검증된 자원이 부족하다.

20220117_114016
KIA 최형우가 전주 시내 한 야구장에서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전주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최형우에게 “차라리 7번 타순에 서는 게 낫지 않느냐”고 물었다. 클린업트리오가 견고한 팀은 6~8번 타순에 찬스가 많다. 과거 SK 왕조 시절에는 중심타선을 제외하고 팀내 타격감이 가장 좋은 타자를 7, 8번에 배치해 대량득점을 노렸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출루율이 좋고 힘있는 타자가 중심에 포진하면, 상대 팀은 어렵게 승부할 수밖에 없다. 앞에 주자가 쌓이면 중심에서 해결하면 되지만, 야구는 의외로 중심타선이 선두타자로 나서는 이닝이 많다. 1사 또는 2사에 누상에 주자가 쌓인 상태로 7, 8번 타순으로 연결되는 상황이 한 경기에 한두 번은 나온다”고 설명했다.

KBO리그 역대 최다 타점을 노리는 최형우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는 “내가 7번 타자를 하겠다고 하면 사람들이 장난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6번 타자를 얘기한 것”이라며 웃었다. 최형우가 6, 7번 타순에 포진하고 고종욱 박찬호가 대주자로 나갈 수 있는 팀이라면, 타선 걱정은 안해도 된다. 공수에서 이들의 빈자리를 채울 선수가 구성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6번 타자는 팀 공격력이 최상의 시나리오로 흘렀을 때 얘기”라고 말했다.

20220117_113215
KIA 최형우(오른쪽)가 팀 후배 황대인과 함께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 전주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새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리드오프로 자리를 잡아 김도영과 테이블세터를 꾸리면 나성범 황대인 김석환으로 이어지는 뉴 클린업트리오가 형성된다. 김선빈 류지혁 김태진 등이 포수와 함께 7~9번 타순에 배치되면 최형우가 6번에 설 수도 있다. 2~4번이 견고하면, 밀어치는 능력이 발군인 김선빈을 5번에 배치해 팀배팅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최형우가 뒤에 버티고 있으면, 5번 타자와 승부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완성된다.

최형우는 “(황)대인이도 1~3번이 활발하게 출루하면 80타점은 올릴 수 있는 타자”라며 “젊은 선수들이 팀 주축으로 올라서야 한다. 후배들이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뒤를 받치고 싶은 게 내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후배들의 성장을 위해 이른바 ‘뒷방 늙은이’ 역할을 기꺼이 하겠다는 게 최형우의 진심이다. “베스트 시나리오일 때 가능한 일”이라고 조건을 단 것도 이 때문이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