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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밀양=정다워기자]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샤프’ 김은중(43) 감독은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날카로운 움직임과 한 템포 빠르면서도 정확한 슛을 구사해 샤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금도 그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K리그 통산 444경기 123골56도움. K리그 통산 득점과 공격포인트에 나란히 4위에 올라 있는 기록이 그의 선수 시절 가치를 보여준다.

U-20대표팀 사령탑으로 변신한 그는 최근 자신을 닮은 스트라이커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축구에서 정통 스트라이커는 갈수록 찾기 힘든 포지션이 되고 있다. 공을 잘 차거나 실력이 있으면 공격형 미드필더나 윙어로 이동한다. 키가 크면 센터백으로 포지션을 바꾸는 경우도 흔하다. K리그에서는 주로 외국인 선수를 스트라이커로 영입하기 때문에 험난한 경쟁을 미리 피하려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밀양 동계훈련지에서 만난 김 감독은 “2선이나 수비수 쪽은 자원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하지만 스트라이커는 확실히 부족하다”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어 그는 “어쩔 수 없다. K리그에서 19세 스트라이커가 출전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있는 자원을 잘 찾아 만들어야 한다. 제가 그 포지션으로 뛰었으니 제 노하우를 발휘해 잘 키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감독은 공격수를 모아놓고 직접 지도하며 스트라이커가 갖춰야 할 기술들을 쉬지 않고 전수했다.

김 감독은 원톱으로 나가 포스트 플레이를 하고 직접 마무리까지 하는 정통파 스트라이커를 찾고 싶어 한다. 그는 “일단 아시아 예선을 준비하기 때문에 4-1-4-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팀을 만들어볼 생각”이라면서 “스트라이커가 전방에서 싸워주고 동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며 스스로 골도 넣는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 동계훈련에서 두각을 드러낸 선수도 일부 있다. 장기적으로 관찰하며 훈련시켜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이 선수로서 존재감을 발휘한 시기도 청소년대표 시절이었다. 1998년 그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청소년선수권대회 예선에서 골을 몰아쳤고, 세계 대회까지 출전했다. 지금으로 따지면 김 감독이 출전을 준비하는 U-20월드컵 무대다. 그는 “이 나이대 선수들은 굉장히 빠르게 변한다. 잘하는 선수가 못하게 될 수도, 별로였던 선수가 잘하게 될 수도 있다. 스스로 어떻게 훈련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라며 선수들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고 했다.

초보 사령탑이지만 지도자로서 추구하는 철학은 뚜렷하다. 김 감독은 “저는 공 잘차는 선수보다 축구를 잘하는 선수를 선호한다. 골은 스트라이커가 넣으면 되고 창의적인 패스는 중앙 미드필더가 하면 된다. 포지션에 맞는 분업이 이뤄지길 바란다. 팀에 들어오는 선수들에게도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라면서 “선수들에게 인성, 도전, 열정, 패기, 헌신 다섯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여기에 맞는 선수들로 끌고 갈 것이다. 어떤 선수가 팀의 주축이 될지는 저도 모른다”라며 어린 선수들인만큼 성실한 자세와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담이 있는 자리다. 지난 2019년 U-20월드컵에서 정정용호는 준우승을 달성했다. 하필이면 김 감독은 후임으로 들어가 어깨가 무거워졌다. 하지만 그는 “월드컵 준우승에 가는 일은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지 않을까”라면서 “부담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없다. 성적보다 이 연령대 선수들을 잘 키워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단 아시아 예선이 있다. 월드컵에 가기 위해서는 예선을 통과해야 한다. 잘 만들어가다 보면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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