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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소임을 마친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다소 이른 타이밍의 변화다.

협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대로 김 위원장은 다음달 1일 시리아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을 마친 후 자리에서 내려올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의 차기 사령탑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4년간의 협회 행정가 업무를 마감하고 본업인 감독으로 돌아간다.

당초 김 위원장은 올해 월드컵까지는 자리를 지킬 계획이었다. 자신이 선임한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과 공동 운명체라 생각하고 A대표팀의 성공을 위해 끝까지 전력투구하고 싶어 했다.

상황은 말레이시아축구협회의 노력으로 바뀌었다. 말레이시아축구협회는 지난해 여름 김 위원장에게 접근했다. 대표팀 감독으로 와달라는 러브콜이 처음 나온 시점이었다. 보통 해외로 가는 감독은 에이전트가 발품을 팔아 계약을 성사시키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데 말레이시아축구협회는 김 위원장에게 다이렉트로 연락을 했다. 애초에 김 위원장이 에이전트에게 위임장을 주거나 관심을 보인 게 아니었기 때문에 뜻 밖의 일이었다.

김 위원장은 아시아 축구계에서 유명인사다. 홍콩에서의 성공적인 행보로 이미 이름을 알렸고, 아시아에서 인정받는 조직인 대한축구협회의 핵심 인사로 활약하면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주먹구구식이 아닌 뚜렷한 계획과 철학, 실행력을 보유한 몇 안 되는 지도자라는 평가를 말레이시아축구협회에서도 인정했다. 직접 김 위원장을 모시기 위해 노력한 이유였다.

첫 제안을 받은 김 위원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필드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었고, 협회 내에서의 입지도 좁아져 어려움을 느끼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월드컵 최종예선이 시작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무책임하게 협회를 떠날 수 없었다. 자신의 미래를 챙기는 것보다 주어진 임무를 책임지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첫 기회를 보낸 가운데 최근 말레이시아축구협회에서 또 다시 김 위원장에게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 쪽에서 먼저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일은 급격하게 빠르게 진행됐다. 올해 초부터 현지에서 김 위원장이 차기 사령탑 후보라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지난 19일 최종 후보로 결정됐고, 20일 오전 이사회를 통과해 감독으로 확정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김 위원장 주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을 마쳤다. 축구대표팀은 이변이 없는 한 월드컵 본선에 갈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어렵게 모신 벤투 감독은 팀을 안정화시키며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기대하게 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 올림픽 8강 등 그가 있는 동안 연령대 대표팀은 꾸준히 성과를 냈다. 지도부가 바뀐 이후로 과거로 회귀됐다는 비판을 받지만 김 위원장은 전례 없는 시스템 인사와 행정으로 협회 이미지 개선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 김 위원장이 떠나기에 적기라 판단한 배경이다. 게다가 말레이시아축구협회는 김 위원장을 선임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2월 초 말레이시아로 출국해 본격적으로 새로운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코칭스태프로는 과거 홍콩에서 함께했던 유럽 지도자들이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스태프를 선임하고 싶어 한다. 다만 분석, 피지컬 스태프의 경우 국내 인사 선임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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