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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오른쪽) 20세 대표팀 감독과 차상광 골키퍼 코치가 19일 밀양종합운동장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밀양 | 정다워기자

[스포츠서울 | 밀양=정다워기자] 김은중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은 1979년생. 차상광 골키퍼 코치는 1963년생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감독은 자신보다 어리거나 또래 코치를 선호한다. 감독은 최종 결정을 하는 팀의 리더라 나이 많은 코치가 있으면 불편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위계서열이 비교적 뚜렷한 문화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이 틀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새로 출발한 U-20 대표팀은 이 고정관념을 완벽하게 깬다. 지난해 말 U-20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김 감독은 자신보다 16세 많은 차 코치를 ‘모시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보기 어려웠던 신선한 시도다.

김 감독은 지난해 P급 라이센스 교육을 받던 도중 선임 소식을 들었다. 공교롭게도 차 코치는 이 교육에 함께 참가했다. 김 감독은 곧바로 차 코치에게 U-20 대표팀에서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처음에 차 코치는 제안을 거절했다. 대한축구협회 내에 있는 후배 전임지도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감독의 거듭되는 설득에 결국 손을 잡았다.

자신보다 한참 선배인 차 코치를 고집한 이유는 명확했다. ‘팀’으로 일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를 꾸리는 작업에 신중을 기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잘 아는 지도자와 함께하길 원했다. 코칭스태프끼리 알아가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실제로 김 감독은 차 코치와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에서 4년간 함께하며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 대회에서 성과를 냈다. 서로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태민 코치와는 선수 시절 함께 뛰었고, 이창현 코치는 23세 이하 대표팀의 막내 코치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차 코치 선임도 맥을 같이한다.

차 코치의 실력과 품성도 한 몫 했다. 차 코치는 축구계에서 배려심이 좋기로 유명하다. 선수를 육성하는 능력도 탁월해 U-20 대표팀 지도자로 손색이 없다. 이 연령대 선수들은 프로 무대에서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기 때문에 대표팀에서의 교육과 훈련이 중요하다. 김 감독은 전임지도자인 차 코치의 지도력이 필요했다. 여기에 차 코치는 골키퍼로는 드물에 P급 라이센스까지 취득한 실력파다. 1998년부터 지도자로 일한 경험도 김 감독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올해 우리나이 60세가 됐지만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 운동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열린 마음의 김 감독은 나이가 아닌 실력과 ‘케미’만을 고려했고, 차 코치가 유일한 선택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 감독은 “어렵게 모셨다. 처음에는 거절하셨는데 저는 차 코치님이 아니면 안 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라면서 “주변에서는 불편하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랬다면 제가 제안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에게는 큰 힘, 도움이 되는 분이다. 앞으로 한 팀에서 좋은 성과를 만들어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차 코치도 “혹시라도 후배 지도자에게 짐이 될까 거절했지만 마냥 거절하는 것도 답은 아닌 것 같아서 함께하기로 했다. 김 감독을 보좌해 도움이 되겠다”라고 화답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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