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규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손(SON)대신 송(SONG). ‘K리그 호날두’ 송민규(23·전북 현대)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는 캡틴의 빈자리를 지우고 축구국가대표 ‘벤투호’의 구세주 구실을 할 것인가.

‘호랑이의 해’인 2022년 새해 첫 A매치에서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5골 화력쇼’를 펼친 벤투호는 뜻밖에 암초를 만났다. 최근 다리 근육 부상으로 소속팀 전열에서 이탈한 주장 손흥민(토트넘)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 오는 27일 레바논, 내달 1일 시리아와 월드컵 최종 예선 A조 7~8차전 출전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벤투호는 최종 예선에서 승점 14로 월드컵 본선 직행권 마지노선인 A조 2위에 올라 있다. 3위 아랍에미리트(UAE·승점 6)와 승점 8 차이. 4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한국이 7차전에서 이기고 UAE가 무승부 이하 성적을 거두면 조기 본선행을 확정할 수 있다. 그러면 올 11월 예정된 카타르 월드컵 본선을 한결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은 자신이 지향하는 측면 빌드업의 핵심 전력원인 ‘좌우 날개’ 손흥민, 황희찬이 동시에 부상으로 쓰러져 고심이 크다. 이번 최종 예선에 합류하는 ‘유럽파 태극전사’에 둘은 보류로 해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는 참가가 어렵다. 특히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인 손흥민의 공백은 여러 변수를 고려했을 때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의 공백을 최대한 지울 존재가 필요하다.

1순위는 송민규다. 올림픽 대표 출신인 그는 지난해 6월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앞두고 생애 첫 A대표팀 태극마크를 달았다. A대표팀 경험은 적지만 특유의 재능을 벤투 감독에게 인정받으면서 ‘손흥민의 백업 요원’으로 낙점받았다. 일부 경기에서는 유럽파 날개 한쪽을 지우고 손흥민, 송민규를 ‘좌우 날개’로 내세우기도 했다. K리거 중 공격 지역에서 벤투 감독에게 주전급으로 분류된 유일한 자원이다.

송민규의 존재 가치는 최종예선 2연전에 앞서 국내파 선수로 치르고 있는 터키 전지훈련 및 평가전(아이슬란드·몰도바전)에서도 도드라진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의 등번호 7을 송민규에게 줬다. 그리고 그는 지난 15일(한국시간) 아이슬란드전에서 손흥민의 위치인 왼쪽 윙포워드로 출격해 제 가치를 입증했다. 피지컬이 좋은 유럽 수비수를 끌고 다녔고 전반 백승호의 세 번째 득점을 돕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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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장점은 일대일 돌파에 능하고 연계 능력이 탁월하다. 문전에서 득점력도 좋다. 특히 위치 선정이 뛰어나 헤더 득점 비율이 높은 공격수다. 그를 한국판 호날두로 부르는 이유다. 스스로 ‘롤모델’로 부르는 손흥민과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포지션을 이해하고 뛰는 능력도 나아졌다. 둘 다 측면과 중앙 공격수를 두루 소화할 수 있다.

송민규는 21일 오후 8시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전훈 두 번째 평가전인 몰도바전(FIFA랭킹 181위)에 나선다. 그가 이번에도 제 기량을 발휘하면 ‘손흥민 부상 아웃’에 고심하는 벤투 감독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을 수 있다. 특히 벤투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서 손흥민을 공격 전 지역에서 다각도로 활용할 그림도 갖고 있다. 송민규가 대표팀 왼쪽 측면에서 ‘믿을 맨’으로 확실히 성장하면 그만큼 ‘벤투호’의 월드컵 경쟁력도 향상될 전망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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