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현대 홍명보 감독-박주영 선수\'어흥\'
울19일 오전 경남 거제시 장평동 거제삼성호텔에서 열린 울산현대축구단 2022시즌 동계 전지 훈련 공식 미디어데이에서 홍명보 감독과 박주영 선수가 구단 응원 포즈‘ 어흥’을 하고 있다. 거제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거제=김용일기자] “10년 전 ‘투 샷’하고 분위기가 다르지 않나요?”

‘애제자’ 박주영(37)과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홍명보(53) 울산 현대 감독의 이 한마디에 취재진을 비롯해 너도나도 껄껄 웃었다. 홍 감독이 10년 전 런던올림픽 사령탑 시절 ‘와일드카드’로 선발한 박주영이 여러 외부 논란에 시달렸을 때 함께 기자회견장에 앉은 기억을 더듬은 것이다. 그의 말대로 그때와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박주영 대신 군대 가겠다”는 유명한 어록을 남긴 10년 전 상황은 매우 무거웠다. 이날은 17년 만에 울산의 리그 우승에 사활을 건 홍 감독이 현역 생활 ‘금빛 마무리’를 원하는 박주영을 품으면서 강한 결의를 다지는 훈훈한 분위기였다.

두 사람은 연령별부터 성인 국가대표팀까지 사제 인연을 맺으면서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마침내 클럽에서 다시 만났다. 현역 은퇴와 연장을 두고 고심한 박주영은 친정팀 FC서울의 유스 지도자 제안을 거절하고 새 둥지를 찾았다. 자신의 은사인 홍 감독이 지휘하는 울산에 의사를 전했다. 때마침 팀 내 세 번째 스트라이커 옵션을 찾던 홍 감독도 애제자의 의지를 받아들였다.

울산현대축구단 미디어데이
거제 | 연합뉴스

홍 감독과 박주영은 19일 경남 거제시에 있는 거제삼성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로의 조력자가 될 것을 다짐하면서 “2022시즌 우승”을 외쳤다. 홍 감독은 “박주영과 좋은 인연도 있고 여러 상처도 있었으나 그런 게 신뢰 관계로 발전했다. 우리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영도 “어릴 때부터 감독과 긴 시간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신뢰가 형성됐다. 사실 (울산행 원할 때) 감독께 부담을 드리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흔쾌히 받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푸른색의 박주영’은 어색해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의외로 주변에서는 잘 어울린다더라”며 웃었다. 그는 “FC서울은 선수로 첫발을 내디딘 팀이자 유럽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도 손을 내밀어준 팀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애정이 있는 팀”이라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는지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면서 “사실 그런 의미에서 새 팀을 알아보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울산에 왔으니 내가 할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울산현대축구단 미디어데이
거제 | 연합뉴스

울산현대 이청용
거제 | 연합뉴스

박주영은 서울 시절 함께한 이청용 등과 울산에서 재회했다. 그는 “사실 서울에 있을 때 청용이나 명진이, 일록이, 수혁이 등 예전에 함께한 선수와 서울에서 같이 마무리하기를 바랐다. 그들을 만나면 ‘아쉽다’고 여겼는데…”라며 푸른 유니폼을 입고 다시 뭉친 것에 남다른 감회를 보였다. 울산 전지훈련지인 거제에 도착했을 때 “일록이 등 (옛 서울 동료가) 인사하러 오지도 않더라. 섭섭했다”며 농담도 했다. 이 얘기에 이청용은 “난 주영이 형 보러 호텔 로비에 나갔다. 나밖에 마중을 안 나왔더라”고 받아쳤다.

박주영은 후배 사이에서 ‘의리남’이자 ‘찐 리더’로 불린다. 경기장 안팎에서 후배들을 잘 챙긴다. 역시 서울에서 동료로 지낸 적이 있는 골키퍼 조수혁은 “주영이 형은 존재만으로도 후배에게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형이 먹는) 영양제도 다 궁금해하고 물어본다. 형이 답변도 잘해준다”고 말했다. 박주영과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합작한 수비수 김기희는 “올림픽 시절엔 갓 신인이었을 때여서 주영이 형에게 다가가기 어려웠다. 울산에서 다시 만나게 돼 영광”이라고 기뻐했다.

홍 감독은 박주영에게 원하는 ‘한 가지’를 묻자 “나와 함께할 때 본 모습 그대로 잘 해줬으면 한다. 경기력 적으로는 서두르지 않고 잘할 컨디션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주영은 “감독께서 트로피를 드는 것을 보고 싶다. 그러려면 나도 좋은 시즌을 보내야 한다. 울산에서 새롭게 각오를 다지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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