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수원 산토스, 환호하라~~~!
[스포츠서울] 수원 삼성 산토스가 3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18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전반 선제골에 이어 후반 역전골까지 성공시키자 홈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2014.08.03. 수원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수원은 지난 11일 구인 광고를 하나 냈다. 광고 마케팅 전문가를 모신다는 내용으로, 채용되는 이들에겐 스폰서 영업 매출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얹어준다는 것이었다. 까놓고 말하면 영업 사원을 모집하는 것인데 수원 측도 “한 번 이런 방향으로 해보려고 한다”며 시인했다. 지금까지 대부분 K리그 구단은 모기업 지원금 혹은 시.도청에서 주는 세금에 기대는 경향이 짙었다. 몇몇 구단은 모기업으로부터 “지원금이 부족한가? 왜 다른 기업 스폰서를 유치하려고 하는가”란 핀잔을 듣기도 했다.

시대가 변했다. 영업 노하우와 인맥을 갖춘 경력직을 영입한 뒤 철저한 성과 위주 영업을 펼치겠다는 게 수원 측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프로구단 중엔 ‘네이밍 스폰서’란 형태를 통해 구단 이름까지 팔고 있는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가 그렇게 하고 있다. 후원액수에 따라 메인.플래티넘.골드.실버.브론즈.제너럴로 구분되는 각종 스폰서에 총 76개 기업이 참여, 순수 야구기업 히어로즈 생존에 참여하고 있다. 실제 수원 관계자들은 최근 넥센 구단을 방문, 자문도 받고 넥센 모델을 연구도 했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수원은 ‘모기업이 주는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우승하는 구단(삼성)’에서 ‘스스로 돈을 벌어 매출을 발생시키고 성적도 적절히 내는 구단(넥센)’으로 바뀌는 셈이다. 수원은 지난 4월 세계 굴지 전자회사 삼성전자 대신 마케팅 전문회사 제일기획으로 모기업이 변경됐다. 그러면서 삼성그룹 내 스포츠정책도 우승 지향에서 수익 지향으로 변하고 있다. 이번 영업사원 구인을 새 패러다임 출발점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수원은 1995년 창단 뒤 성적이 좋든 나쁘든 K리그를 대표하는 리딩 구단 역할을 충실히 했다. 그래서 수원의 변신은 K리그 다른 구단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00년 중반 프로축구는 성남과 수원을 중심으로 각 구단이 스타급 선수들을 경쟁하듯 데려오면서 경기력 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다. 일본에 가던 선수들이 국내로 돌아올 만큼 많은 투자가 프로축구에 이뤄졌다. 그러나 경영을 등한시하고 성적에만 치우쳐졌던 과열 경쟁은 심한 후유증을 낳았다. 매년 수백억원을 썼던 성남이 시민구단으로 전환하면서 클럽하우스 하나 없이 사실상 망하고(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수원 모기업이 변경되는 변화로 귀결됐다. 그런 상황에서 수원이 새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니 축구계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수원의 패러다임 시프트는 신선하다. 당연히 격려해줘야 할 일이지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K리그는 프로야구에 비해 흥행 및 마케팅 규모가 너무나 열악하기 때문이다. 매 경기 2만명을 몰고오는 K리그 대표선수 수원이 이상과 현실의 간격을 잘 메워 ‘K리그도 된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도록 축구계가 할 일이 있고, 또 수원 모기업 제일기획이 할 일이 있다. 우선 넥센이 76개 기업을 유치한 원동력에 ‘프로야구 전 경기 중계’가 있음을 놓쳐선 안 된다. 중계를 통한 노출이 없는데 스폰서 하겠다고 나설 기업이 얼마나 될 지 장담할 수 없다. 수원이 지금 각 기업이 광고보다는 사회공헌 사업에 쓰는 돈을 노리고 있다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봐야 한다. 여기에 프로야구 각 구단은 연간 중계권 수익으로 35억원 가량을 직접 챙긴다. 중계 하나만으로도 프로야구 구단과 K리그 구단은 최소 60~70억원 차이가 난다. 축구채널 설립, A매치-K리그 중계 연계 등 프로축구가 TV 전파를 타기 위한 방법을 짜내기 위해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각 구단 등 축구계가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수원 모기업 제일기획은 ‘축구가 최고의 마케팅’이라는 개념을 갖춰야 한다. 관중은 결국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온 힘을 다해 뛰고,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모였을 때 환호하게 돼있다. 이적시장에서 사는 선수는 없고 주축 선수를 팔기만 하는, 누구나 손 쉽게 할 수 있는 구조조정은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수원이 그 동안 좋은 선수들을 돈 들인 만큼 활용하지 못해서 문제가 된 것이지, 좋은 선수 영입 자체는 환영할 일이었다. 전북이 이동국을 통해 쌓아가는 인기와 흥행, 성적을 참고해야 한다.

축구계는 2002 한.일월드컵 유치를 위해 일본과 싸우던 1990년대 중반 삼성그룹에 축구단 창단을 건의했고, 이건희 회장이 이를 받아들여 지금의 수원이 탄생했다. 이 회장은 당시 “남들과 똑같은 구단 말고, 다른 구단을 만들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지난 봄 수원 모기업 변경에 따른 축구계 걱정이 대단했다. 수원의 연이은 변화가 우려가 아닌, 이 회장이 20여년 전 말한 “다른 구단”으로 이어지는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체육2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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