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원 서브
중국 선수들도 받기 어려워한다는 서효원의 스카이서브. 제공|대한탁구협회

[스포츠서울|김경무전문기자] 어느날부터인가 신유빈은 한국 탁구를 대표하는 새로운 아이콘이 됐다. 언론 방송들은 하나같이 그의 일거수일투족, 경기에만 관심을 집중시킨다. 17살 탁구신동의 출현은 그렇게 한국 탁구에 신선한 충격파를 던졌다.

그렇게 신동에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만큼, 같은 대표팀 선수들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만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들러리인가? 국제대회 성적이 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만 34살 대표팀 ‘맏언니’인 서효원(한국마사회)도 그랬다.

그래도 그는 오랜 동안 아파온 무릎 재활 치료를 해가며 경기에 나갔다. 그리고 2021 세계탁구선수권대회(11.23~11.29·미국 휴스턴)에 크지는 않지만 뜻깊은 결실을 맺었다. 여자단식 8강 진출. 전지희, 신유빈, 최효주, 이시온 등 여자대표팀 멤버들이 16강전 등에서 줄줄이 탈락한 가운데, 맏언니는 홀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서효원 포핸드 커트
서효원의 주특기인 커트. 제공|대한탁구협회

“이번 대회 저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서효원은 지난달 28일 여자단식 8강전에서 차세대 중국 탁구여왕으로 세계랭킹 2위인 쑨잉샤(21)에게 0-4로 져 메달 문턱에서 좌절한 뒤 스포츠서울과의 카카오톡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8강전 패배와 관련해 그는 “쑨잉샤가 작전을 바꿨다. 전엔 백 드라이브를 걸다가 포핸드로 강하게 걸었는데, 이번엔 포핸드로 걸고 몸쪽으로 많이 걸고 시작했다”면서 “전보다 파워도 좋아지고 몸도 더빨라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쑨잉샤 공은) 스핀이 많이 걸려 받기 어려웠다. 확실히 더 성장한 느낌이다. 나이가 어려서 앞으로 더 무서워질 탁구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쑨잉샤는 여자단식 결승에서 세계 4위 왕만위(22·중국)한테 2-4로 져 은메달에 만족했다.

서효원과 쑨잉샤
서효원과 쑨잉샤 . 제공|대한탁구협회

세계랭킹 22위인 서효원은 사실 이번 대회에 앞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 8월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데다, 그동안 성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휴스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는 상대를 흔드는 날카로운 스카이서브와 까다로운 구질의 커트, 그리고 틈만 나면 터지는 강력한 포핸드 드라이브 공격을 앞세워 선전을 거듭했다. 특히 자신보다 랭킹이 높은 싱가포르와 홍콩의 에이스 펑티안웨이(11위)와 두호이켐(12위)을 32강전과 16강전에서 차례로 무너뜨린 것은 박수를 받을 만했다. 한국 탁구의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식 8강 진출은, 2009년 당예서 이후 12년 만이었다.

서효원 8강 미소
서효원이 여자단식 16강전에서 홍콩의 에이스 두호이켐을 잡은 뒤 V자를 그려보이고 있다. 제공|대한탁구협회

서효원은 ‘비장의 무기’가 있다. 바로 “(스카이) 서브에 이은 커트의 변화와 공격”이다. 그는 “나의 장점은 서브인 것 같다. 중국 선수들 그리고 다른 나라 선수들도 나의 서브에 많이 어려워해서 득점을 많이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미 30대 중반에 들어선 서효원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선수생활이라고 생각하니, 큰 대회가 아니더라도 매시합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무릎이 많이 좋지 않다. 최대한 무릎 보강을 잘하면서 좋은 경기를 계속 하는 게 향후 목표다.”

이와 관련해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은 “효원이가 도쿄올림픽에 나가지 못해 아쉽다”면서 “이번 세계대회 선전을 바탕으로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 때까지 뛰게 해 명예롭게 은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효원은 팬들의 응원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번 세계대회를 통해 너무나 많은 분들이 탁구에 관심이 있고, 저를 많이 응원해주고 있다는 것에 너무 감동이다. 경기에 결과에 상관없이 저를 위로해주고 힘이 돼 주셔서 항상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kkm100@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