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IBK기업은행 선수단.제공 | 한국배구연맹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IBK기업은행은 이제 배구계에서 ‘왕따’가 되는 분위기다.

주장 조송화와 김사니 감독대행의 코치 시절 이탈 행위, 여기에 서남원 전 감독 경질 등의 이슈가 겹치면서 IBK기업은행을 보는 배구계의 시선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27일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경기를 앞두고 김사니 감독대행과의 악수를 거절했다. 일반적으로 경기 전 양 팀 사령탑은 선의의 경쟁을 다짐하며 악수를 하는데 차상현 감독은 에둘러 김사니 감독대행과 마주하지 않았다.

그는 “배구인으로서 할 말은 많다. 여러 가지 생각도 가지고 있다”면서도 “이상한 쪽으로 흘러갈 수 있어서 (답하지 않는 부분을)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부탁드린다”라면서 악수를 피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우연은 아니다. 배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차상현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며칠 전부터 김사니 감독대행과의 악수 여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치가 사실상의 항명을 통해 임시 사령탑에 오른 상황에서 불편함을 느꼈고, 결국 페어플레이를 약속하는 악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차상현 감독만의 생각은 아니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과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 모두 “개인적인 생각은 있지만 말하기는 어렵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IBK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13개 구단 사령탑 모두 일련의 과정에 불만을 갖고 있다. 워낙 예민한 문제라 공개적인 장소에서 생각을 밝히지는 않지만 김사니 감독대행과 IBK기업은행의 처신이 부적절하다는 공통적인 사견을 드러내고 있다.

지도자들만의 의견은 아니다. 한국 배구의 전설이자 기둥인 김연경도 앞서 자신의 SNS를 통해 ‘겉은 화려하고 좋아 보이지만 결국 안은 썩었고 곪았다는걸.. 그릇이 커지면 많은 걸 담을 수 있는데 우린 그 그릇을 꽉 채우지도 못하고 있다는 느낌.. 변화가 두렵다고 느껴지겠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가 변해야 될 시기인 거 같다’라면서 IBK기업은행 사태를 저격하는 듯한 뉘앙스의 글을 올렸다. 김사니 감독대행은 물론이고 김수지, 김희진, 표승주 등과 모두 친분이 있음에도 일침을 가할 정도로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IBK기업은행으로 인해 V리그 전체가 피해보는 것도 문제다. 특히 여자부의 경우 도쿄올림픽에서의 성과로 인해 많은 팬이 유입되고 관심을 끌었지만 이제 부정적 뉴스만 양산되고 있다. 브랜드 가치에 치명타를 입히는 모습이다.

여러 이유로 인해 IBK기업은행은 사실상의 ‘왕따’가 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되돌리기엔 늦었고, 방법도 딱히 없다. 김사니 감독대행은 차상현 감독의 악수 거부에 대해 “나도 잘 모르겠다.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런 상황이 만들어졌다. 전화를 드리는 게 맞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지만 전화 한 통으로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한 배구인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피해자까지 발생했다. V리그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수습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배구인의 한 사람으로 답답할 노릇”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