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두산 김민규.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 문학=최민우 기자] 두산 김민규가 다시 ‘난세의 영웅’으로 거듭났다.

김민규는 2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4.1이닝동안 3안타 3볼넷을 내줬지만, 1실점으로 SSG 타선을 틀어막았다. 앞서 선발로 나섰을 때 5경기 1패 평균자책점 7.23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만족할만한 성과다. 비록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으나, 올해 정규시즌 최고의 호투로 승리에 이바지했다. 두산은 이날 경기에서 SSG에 8-5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김민규는 “중요한 경기에서 던질 수 있게 돼 기뻤다. 나를 믿고 써주신만큼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소지었다. 5회 투구수가 67개였지만, 벤치는 교체 사인을 냈다. 1이닝만 더 던졌다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아쉬울 수 있지만 김민규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더 던지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감독님 선택이다. 내려간 걸 떠나서 팀이 이겨서 기쁘다”며 미소지었다.

상대 선발이 ‘에이스’ 윌머 폰트라는 점도 부담일 수 있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두산 타선은 폰트를 넘지 못했다. 4차례 맞붙어 3패를 기록했다. 소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그럼에도 선발 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김민규다. 또 홈런 타자들이 즐비한 SSG를 상대하면서도 씩씩하게 투구를 이어갔다. 그는 “SSG는 홈런 타자들이 많은 팀이다. 공 하나하나 느슨하게 던지지 않고, 전력투구했다. 조금이라도 세게 던져야 밀리지 않겠나”며 웃었다.

지난 시즌에도 김민규는 가을 영웅이었다. 구멍난 선발 자리를 메우며, ‘난세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눈부신 성과를 냈다. 그는 지난해 11월 13일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선발 유희관이 1회 연속 3안타를 맞고 흔들리자, 곧바로 마운드에 투입됐다. 포스트시즌(PS) 첫 경험에도 불구하고 김민규는 4.2이닝동안 4삼진을 솎아내 PO 4차전 MVP로 선정됐다. NC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선발로 등판해 5.1이닝을 소화했다.

김민규
두산 김민규. 스포츠서울DB

비록 팀은 준우승에 그쳤지만 김민규는 PS 총 5경기에서 12이닝동안 삼진 7개를 곁들여 1승 1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0.75를 기록했다. 날씨가 선선해지자, 김민규에 내제된 ‘가을 DNA’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도 “가을이니까 잘 할거라고 해주더라. 그래서인지 잘 던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는 들쑥날쑥한 제구력으로 애를 먹었던 김민규다. 그러나 마음가짐을 달리 하니, 밸런스도 잡히기 시작했다. 2군에 있는 동안, 이천에 있는 원적산에 오르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그는 “2군에서 산에 많이 올랐다. 산을 오르면서 생각을 고쳐먹었다. 전에는 잘하고 싶은 마음과 잘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지금은 야구를 즐기자는 마음이다”며 밸런스를 잡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DH 2차전 두산 선발투수 김민규[포토]
두산 김민규. 잠실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외국인 원투펀치가 빠진 상황에서 김민규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PS에서도 등판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민규는 “경기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포부를 밝혔다.

miru0424@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