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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전에 나선 여자축구대표팀.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벨호’가 세계 최강 미국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의 알리안츠 필드에서 열린 미국과의 친선경기에서 0-6 대패를 당했다. 전반 9분 만에 린제이 호란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전반 종료 직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조소현이 자책골을 넣으며 끌려갔다. 후반에는 수비가 더 무너지면서 알렉산드라 모건, 메건 라피노, 로즈 라벨레, 린 윌리엄스에게 연속골을 허용했다.

전반에는 불운했다. 호란의 중거리슛이 수비 맞고 굴절돼 들어갔고, 조소현의 자책골도 상대 시야에 가려 나온 실수였다. 후반에는 골을 넣기 위해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려다보니 수비에 균열이 갔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대량 실점했다.

지난 1차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첫 번째 맞대결에서 대표팀은 선전했다. 조직적이면서도 촘촘한 수비 라인을 유지하며 미국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그러면서도 공격으로 나갈 땐 콤팩트하고 빠르게 전개하며 미국을 긴장시켰다. 준수한 경기력으로 앞서 홈 22연승을 달리던 미국의 기록을 막아섰다.

이날 경기는 레전드 칼리 로이드의 은퇴경기였다. 로이드는 1999년 센트럴 저지 스플래시와의 경기에서 프로 데뷔해 최근까지 무려 21년을 프로 선수로 활약한 미국의 전설적인 공격수다. A매치 316경기에 출전해 134골을 넣었고,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각각 2회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미국 선수들은 로이드의 은퇴경기를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단단히 마음 먹은 듯 최상의 기량으로 한국을 괴롭혔다. 첫 경기와 달리 이른 시간에 실점하면서 한국 선수들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피지컬과 기술, 조직력 등 모든 면에서 한국 선수들이 극복하기엔 실력 차이가 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의 전력을 온 몸으로 체감했다.

한국 선수들에게는 큰 경험이 됐다. 1차전서 자신감을 얻었다면 2차전에서는 실제로 세계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몇 수 위 선수들과의 싸움에서는 어떻게 경기를 운영해야 하는지 깨달았을 것이다. 다음해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한국 입장에선 따끔한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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