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스포츠서울 | 정리=김자영기자] 도시에 비해 정비가 잘 되지 않은 지방의 토지는 바로 옆에 있는 땅이라도 평당 2~3배, 많게는 5배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인터넷 지도로만 토지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찾기 어렵다. 지방의 토지들은 로드뷰가 제공되지 않는 곳도 많고 로드뷰를 봐도 알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같은 시·군, 읍·면, 리에 속해 있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 땅끼리도 왜 이렇게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일까?

이전에 토지의 부가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한 ‘개발행위허가’ 및 ‘건축허가’에 대한 내용을 다룬 적이 있다. 흔히 ‘인허가작업’으로 불리는 이 작업은 토지개발을 전문적으로 하는 시행사들조차 ‘3대 리스크’로 꼽을 정도로 어렵고 힘들다.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임야의 경우 ‘대체산림자원조성비’를 내고 전이나 답, 과수원 같은 땅들은 ‘농지보전부담금’을 내게 된다. 개발을 위해 이같은 많은 비용이 투입되지만 그 보다 시간적, 감정적 비용 부담이 상당히 크다.

토지를 사는 목적이 재테크라면 이 리스크가 크게 줄겠지만 대다수의 경우는 토지에 무엇인가를 짓거나 행위를 하기 위해 토지를 구입한다. 이 경우 그 행위를 완성시켜야 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당장 현재 살고 있는 곳을 팔고 나면 일정기간 내에 옮길 거처를 구해서 이사를 해야한다. 집을 짓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안에 토지 및 주택 설계부터 공사까지 모두 완료해야 한다. 사람들은 보통 집을 짓다보면 공사가 어렵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공사보다 이 인허가 문서작업이 더 어렵다. 따라서 바로 옆에 붙어 똑같이 개발이 안 된 땅이어도 인허가 작업 없이 바로 공사에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금액이 2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또 도시와 달리 기반시설 및 도시정비가 잘 안되어 있어 가치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도시에서도 가깝게 있는 꼬마빌딩 혹은 단독주택끼리 가격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가까운 거리 같지만 그 사이에도 도로가 갑자기 좁아지거나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방의 토지는 단순히 분위기나 도로가 좁아지는 수준이 아니라 바로 옆에 붙은 토지끼리도 도로가 끊기거나 도로만큼 중요한 배수로가 연결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도로나 배수로가 연결돼 있지 않으면 개발이나 건축행위를 할 수 없으니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토지를 찾는 고수들은 인터넷상으로 등고선을 꼭 체크한다. 일반인들은 대체로 위치와 주변 도로만 확인할 뿐 이 등고선을 체크하지 못 한다. 등고선에 따라 경사도가 갑자기 확 세지는 경우가 있다. 경사도가 강할수록 접근성이 떨어져 토지 가치가 떨어지고 토목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맨 땅이라면 애초에 경사도가 센 땅은 개발행위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부터 체크해야 한다. 다만 땅을 잘 보는 고수라도 인터넷 상의 등고선과 현장에서의 경사도가 다른 경우가 있으니 좋은 토지를 구하기 위해서는 꼭 현장에 가서 확인해야 한다.

이 외에도 토지의 가치가 차이 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인터넷 지도나 로드뷰로는 도로가 없는데 막상 가보면 최근 허가를 받고 개발해 정리가 잘 된 토지도 많다. 따라서 단순히 평당가격이 비싸거나 싸서 어느 한 쪽의 토지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토지의 가격 차이가 왜 나는지 궁금하고 정말 좋은 토지를 얻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가을 여행 겸 답사를 떠나 공부해보길 바란다.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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