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이재성
축구대표팀 황인범(왼쪽), 이재성.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이재성(29·마인츠)의 헌신, 황인범(25·루빈 카잔)의 탁월함.

시리아, 이란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3~4차전에서 둘은 축구대표팀 ‘벤투호’의 추진력을 끌어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특히 지난 12일 ‘지옥의 아자디 땅’에서 펼쳐진 이란 원정에서 제 가치를 입증하면서 대표팀 내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이재성은 이란전에서 상대 유럽파 공격수 3총사 ‘아자타(아즈문·자한바크시·타레미)’ 콤비의 화력을 무력화하는 데 보이지 않는 힘이 됐다. 이란은 전통적으로 질긴 방어망을 구성한 뒤 유럽파 3총사를 중심으로 실리적인 역습을 구사한다. 역습의 기점이 되는 게 사에이드 에자톨라히같은 수비형 미드필더의 침투 패스다. 이재성은 전,후반 내내 꾸준한 압박으로 에자톨라히의 동선을 제어하는 데 이바지했다.

황인범은 군계일학의 활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이라크, 레바논과 1~2차전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의 부재로 3선 중앙에서 대체자로 뛰었다. 그러다 보니 그의 공격적 재능을 마음껏 펼치기 어려웠다. 이번 2연전에서는 달랐다. 정우영이 그라운드에 복귀하면서 그는 공격과 수비를 자유롭게 오갔다. 이란전에서는 이재성과 더블 플레이메이커처럼 2선 중앙을 뛰어다녔는데 상대 압박은 물론, 양질의 패스로 공수 연결 고리 구실을 해냈다. 앞서 시리아전에서는 후반 무득점 침묵을 깨는 통렬한 왼발 중거리 슛으로 물오른 경기력을 뽐냈다.

둘의 맹활약으로 ‘벤투호’의 공격형 미드필더, 이른바 ‘공미 라인’은 주전 자리를 두고 최대 격전지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은 대체로 4-1-4-1 포메이션을 가동한다. 2선 중앙에 2명을 두고 변칙적으로 운용하는데 이란전처럼 이재성이 섀도 스트라이커처럼 움직이고 황인범이 전,후방을 움직이는 형태를 이상적으로 추구한다.

남태희
남태희. 스포츠서울DB

이강인
이강인. 스포츠서울DB

현재 대표급 자원엔 이 역할을 해낼 만한 재능을 지닌 선수가 여럿 있다. 벤투 감독이 매우 신뢰하는 공격수 중 한 명인 남태희(알 사드)와 권창훈(수원 삼성)이 대표적이다. 둘은 이번 2연전에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으나 정상적인 몸만 갖추면 언제든 다시 주전으로 도약할 경쟁자다. 여기에 K리그 최고의 2선 공격수로 거듭난 이동경(울산 현대)이나 스페인 라 리가에서 활약 중인 이강인(마요르카)도 벤투 감독 시선에 놓여 있다. 또 주장 손흥민(토트넘)도 주포지션인 윙어 뿐 아니라 2선 중앙으로 옮겨 뛸 수 있다.

남은 최종 예선은 물론, 최종 목적지인 월드컵 본선까지 벤투호의 공미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흥미로운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