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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유리가 챔피언으로 확장된 후 감격의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 이주상기자] 눈물만큼 감격을 표현하는 강렬한 수단도 없을 것이다. 지난 4일은 여성 파이터 심유리(27·팀 지니어스)에게 그런 날이었다. 심유리는 4일 강원도 원주시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로드몰 ROAD FC 059’에서 박정은(25·팀 스트롱울프)과 아톱급 챔피언 챔피언 결정전을 벌였다. 같은 체급의 세계랭킹 1위인 챔피언 함서희가 타이틀을 반납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두 선수가 대결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박정은의 우세를 예상했고 미디어도 차기 챔피언 후보로 박정은을 집중 조명했다. 이미 박정은은 심유리에게 승리한 적이 있었다. 두 선수는 2019년에 한 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당시 박정은은 심유리를 파운딩에 의한 TKO로 2라운드 1분 9초 만에 꺾었다. 그때부터 차기 챔피언 후보로 박정은의 이름이 입에 오르내렸다. 워낙 압도적으로 심유리를 물리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대결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심유리는 “1차전 패배 후 집에 돌아와서 울면서 시합 뛸 때의 감정과 컨디션 그리고 모든 상황을 일기로 써 놓았다. 그때의 감정을 절대로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훈련하면서 그만하고 싶거나 마음이 나약해질 때는 한 번씩 써놓았던 일기를 읽었다. 일기를 보면 훈련을 절대 게을리할 수 없었다”라고 고백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정반대의 결과로 팬들을 열광시킨 심유리. 2년 가까이 쉼 없이 훈련한 결과였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있었다. ROAD FC 아톰급 2대 챔피언에 오른 심유리를 만났다.

- 새로운 챔피언으로 탄생했다.

훈련이 정말 힘들었는데 관장님과 팀원들이 있어서 해낼 수 있었다. 고생한 팀원들과 관장님에게 승리로 보답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요즘 부모님이 여기저기 자랑도 많이 하시는 등, 가장 기뻐해 주셔서 기분이 정말 좋다. (웃음)

- 어떤 훈련과 전략으로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그래플링에 대한 약점을 최대한 보완하려고 했다. 타격보다는 그래플링에 비중을 높여 훈련했다. 시합 때 나올 수 있는 그래플링에 대한 모든 상황을 시뮬레이션했다. 실제로 시합 때 연습했던 상황이 나와 편하게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 예상과 달리 박정은과 맞대결을 펼쳤다.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더라도 절대로 1차전과 똑같이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패배하더라도 잃을 게 없었기 때문에 무서운 것도 없어 더 독하게 모든 걸 쏟아부었다. 전에 한번 졌던 선수한테 복수하러 온 거로 생각하니 마음이 더 잘 잡혔다.

- 승리 후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다.

시합을 준비하면서 아버지가 갑자기 아프셔서 병간호하면서 훈련했다. 훈련 중에는 코뼈가 부러져 수술도 미루고 훈련하느라 엄청 불편했다. 안 좋은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서 마음잡기가 힘들고 몸도 힘들어졌다. 그래도 훈련을 쉴 수 없어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나뿐만 아니라 관장님과 팀원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받아 너무 기뻤다. 또 부모님께 챔피언 벨트를 들고 돌아오겠다고 말씀드렸던 것이 생각나 눈물이 많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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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유리가 박정은(오른쪽)에게 헤드킥 공격을 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무에타이 국가대표 출신이다. 격투기에서 무에타이의 장점은?

격투기를 시작할 때는 니킥을 잘 쓰지 않았다. 경험이 쌓이면서 무릎이 잘 먹혔다. 격투기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면서 강점이 되었다.

- 격투기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 꿈이 여군이었다. 군대에 가려고 체력시험을 준비하다 운동을 하게 됐다. 운동에 재미가 붙으면서 호기심에 시합을 뛰었는데, 직업이 돼버렸다. (웃음)

- 격투기의 매력은?

다른 종목과 다르게 변수가 매우 많다. 시합을 유리하게 이끌어도 상대 선수의 그래플링이나 타격으로 순식간에 질 수 있다. 반대로 경기 내내 밀려도 한 방에 끝낼 수도 있는 게 격투기다. 변수가 많은 것이 격투기다. 그리고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다. 하나만 잘해선 안 되고 모든 것을 배워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 챔피언이 된 후 팬들의 응원이 뜨거웠다.

댓글 중에 팀지니어스는 타격을 정말 잘하는 팀이라고 칭찬한 글이 있었다.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나보다 팀을 칭찬해주는 것이 내가 팀의 좋은 본보기가 된 것 같아 뿌듯하고 기뻤다.

- 파이터로서의 강점과 특기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지고 있더라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지더라도 최선을 다했다. 절대 흔들리거나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과 입식격투기를 뛰면서 쌓아온 타격이 특기라고 생각한다.

- 훈련스케줄이 궁금하다.

오전에는 크로스핏을 통해 파워와 체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점심 이후에는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녁에는 타격과 그래플링 등 기술 연마에 온 힘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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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유리가 박정은(오른쪽)에게 펀치 공격을 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롤모델은?

전에는 여성 파이터 중 최고로 터프하고 타격 기술이 화려한 요안나 옌드레이칙을 좋아했다. 지금은 맥스 할로웨이다. 웰라운더 형 선수인데다 팬 친화력이 강한 모습이 매력적이다.

- 무에타이 이외에 특기로 삼는 분야는?

타격뿐만 아니라 주짓수도 특기로 만들고 있다. 무에타이 외에 우슈 산타, 복싱, 킥복싱 등을 배운 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

- 취미는?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먹방 프로그램에 초대해 달라. (웃음)

- 닉네임은?

타격지니어스이다. 데뷔할 때 ROAD FC 홍보팀에서 지어줬는데, 장점인 타격과 팀이름인 지니어스가 합쳐진 것이다. 처음엔 부끄럽고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자부심이 생길 정도로 마음에 든다. (웃음)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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