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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골키퍼 김영광.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성남=정다워기자] “딸들이 아빠가 축구 하는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 나중에 그만두면 어떨 것 같냐고 물어보니 절대 그만두지 말고 오래 뛰라고 하더라.”

성남FC 골키퍼 김영광은 26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K리그1 32라운드 경기에서 새 기록을 세웠다. K리그 통산 549경기에 출전하며 이동국(548경기)을 따돌리고 출장 2위에 올랐다. 1위는 김병지(706경기)다. 1983년생인 김영광은 만 38세의 나이에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김영광은 2002년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다음해면 데뷔 20주년이 된다. 김영광은 “사실 기록을 생각하지 않고 매 경기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동국이형 기록을 넘어섰다. 병지형도, 동국이형도 제가 존경하는 분들이다. 대표팀, 프로팀에서 늘 몸 관리하는 모습을 보고 배웠다. 잘 본받아서 열심히 하다 보니 기록이 늘어나고 있다. 형님들께 감사드린다”라며 두 선배에게 공을 돌렸다.

사실 김영광은 지난해 은퇴 위기에 몰렸다. 서울 이랜드 소속이었던 그는 팀 리빌딩으로 인해 팀에서 나와야 했다. 그때 손을 잡은 사람이 바로 김남일 성남 감독이었다. 김영광은 “이 기록을 세울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주신 감독님과 구단에 감사드린다.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체력을 잘 안배하고 배려해주신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 더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족, 특히 딸들도 김영광을 뛰게 하는 원동력이다. 김영광은 슬하에 딸 둘을 두고 있다. 김영광은 “딸들이 아빠가 축구 하는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 학교에 가서 아빠가 프로축구선수라는 걸 어필을 하는 것 같더라. 나중에 그만두면 어떨 것 같냐고 물어보니 절대 그만두지 말고 오래 뛰라고 하더라. 저도 그래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 그는 “아내에게도 정말 고맙다. 오랜 기간 내조하느라 힘들 텐데 내색하지 않고 늘 응원해줬다. 덕분에 이렇게 오래 뛰고 있다”라며 아내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리 활동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골키퍼라 해도 김영광은 다음해면 우리나이로 불혹이 된다. 하지만 그는 올해 31경기에 출전해 37실점만을 기록했다. 이날도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김영광은 “아직까지 몸 상태가 떨어졌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몸이 허락하고 있는 것 같다. 제 성격상 운동을 할 때 신체적 능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능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무리해서 선수 생활을 지속하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정서적으로도 그는 팀의 기둥이다. 한참 어린 후배들과도 서슴 없이 어울리며 모범을 보인다. 김영광은 “막내 골키퍼가 스무 살이다. 제가 프로팀에 입단했을 때 태어난 선수”라며 웃은 후 “옛날과는 많이 다르다. 전에는 열 살 차이만 나도 대선배였다. 밥 먹을 때 눈도 못 마주쳤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저도 어린 선수들과 융화를 해야 한다.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기려고 공유하면서 지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개인 기록과 별개로 소속팀 성남은 강등권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베테랑인 그도 책임감이 크다. 김영광은 “하위권에서 피 말리는 경쟁을 하고 있다. 선수들이 긴장하게 된다. 부담도 느낀다. 최대한 풀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경기에 집중하면서도 너무 긴장하지 않도록 기분 좋게 하자고 한다. 그런 생활 태도가 경기장으로 이어진다. 분위기가 좋아질 때 수원FC에 패했는데 이번에 선수들이 다 털고 일어났다. 선배로서 뿌듯하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잔류를 확신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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