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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울산 현대가 전 국가대표 수문장 정성룡의 빗장을 뚫은 날, 내부 방역도 빛이 났다.

울산과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의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 단판 대결이 펼쳐진 14일 울산문수경기장. 이 경기는 AFC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권유에 따라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이날 이례적으로 홈 팀 울산 구단의 프런트가 들것요원, 볼보이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기획운영팀장, 홍보마케팅팀장, 강화부 과장 등 주요 책임자부터 실무자 8명이 한데 모였다. 이들은 4인 1개조로 나뉘어 들것과 볼보이 임무를 수행했다. 무관중 경기에 따라 홈 경기 운영 인력을 최소화하게 돼 가능한 상황이었으나 프런트가 들것과 볼보이를 도맡는 건 보기 드문 풍경이다. 서로의 낯선 모습에 처음엔 웃음도 나왔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오래전부터 들것과 볼을 책임진 사람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울산 프런트
울산 현대 프런트가 14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가 16강전을 앞두고 들것요원과 볼보이로 투입되기 전에 웃으며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제공 | 울산 현대

프런트가 들것과 볼보이를 자처해 나선 건 울산 구단이 어느 때보다 경기장 출입 인원을 최소화하면서 방역에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울산과 가와사키전은 애초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다. 보건당국이 지정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유행국에 일본이 포함되면서다. 이달부터 국내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일본에서 국내로 들어오면 백신 접종 여부를 떠나 2주 격리를 거쳐야 한다. 보건당국은 ACL 참가 팀이어도 격리 면제 예외 적용이 어렵다는 뜻을 보였다. 제3국 또는 일본 개최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앞서 한국과 월드컵 최종 예선을 치르기 위해 입국한 레바논(변이 바이러스 유행국)과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한국프로축구연맹, 문화체육관광부가 보건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거쳤고 철저한 버블 시스템과 내부 방역을 약속하며 울산-가와사키전이 성사됐다.

그만큼 울산 구단은 어느 때보다 세심하게 방역 프로세스를 가동했다. 다음 날인 15일 빠툼 유나이티드(태국)와 ACL 16강 홈경기를 치른 전북 현대도 울산의 준비 상황을 지켜봤다고 한다. 울산은 경기장 출입자 동선을 철저히 구분했다. 일본에서 온 미디어 관계자는 별도 활동 구역을 만들었고 일본어로 된 안내판을 뒀다. 또 그라운드에서 선수와 간접적으로 접촉하는 사진기자도 기존 기자실 사용을 금지하고 그라운드 한쪽에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해 작업 공간을 마련했다.

동아시아 지역 ACL 8강과 4강은 내달 전주에서 개최된다. 보건당국의 우려 속에서 국제 대회가 열리는 셈인데, 이번에 16강전을 안방에서 치르는 울산과 전북이 얼마나 안전하게 환경을 조성하면서 경기를 진행하는지가 관심사였다. 그런 가운데 ‘첫 타자’ 울산이 프런트의 헌신을 바탕으로 가와사키전을 무난하게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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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유의미한 결과도 얻었다. 양 팀의 대결은 미리 보는 ACL 결승전으로 불렸다. 울산은 지난 대회 우승팀이자 올시즌 K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가와사키는 지난해 J리그를 제패했고, 올 시즌도 1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양 팀은 전,후반과 연장까지 120분 사투를 벌였다. 흥미로운 공방전이 오갔으나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승부차기로 8강을 가렸는데 가와사키 정성룡과 울산 조현우, ‘전·현직 한국 국가대표 수문장’간의 자존심 대결로 펼쳐졌다. 양 팀 2번 키커가 모두 실축한 가운데 정성룡이 울산 3번 이동준의 슛을 노련하게 저지하며 기세를 높였다. 그러나 가와사키 4번 주앙 슈미트가 실축하며 승부는 원점이 됐고, 조현우가 상대 마지막 키커 아키로 이에나가의 왼발 슛을 몸을 던져 선방했다. 이어 울산 마지막 키커 윤빛가람이 정성룡의 방어를 뚫어내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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